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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4월17일] <1372> 팔리에로 처형

1355년 4월17일, 베네치아. 통령 마리노 팔리에로(Marino Faliero)의 목이 잘렸다. 죄목은 반역죄. 쿠데타로 귀족을 쫓아내려 했다는 혐의다. 76세의 고령에 자식도 없었던 통령 팔리에로는 왜 쿠데타를 기도했을까. 민간의 전승에 따르면 발단은 스테노라는 젊은이의 돌발행위. 연회장에서 과도한 애정표현으로 쫓겨난 스테노가 앙심을 품고 ‘통령의 젊은 부인이 외도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렸음에도 처벌위원회가 2개월 금족령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형벌을 내리자 통령은 분개했다. 마침 중추 산업시설인 국영조선소에서도 소란이 일어났다. 자격미달인 귀족 자제의 고용을 거부한 평민 관리자가 귀족들에게 구타 당한 뒤 공공연히 보복을 다짐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통령은 평민들을 불러 꾸짖었다. 문제는 이후부터. 통령은 남몰래 평민 대표를 불러 ‘베네치아를 위해 무능한 귀족들을 무너뜨리자’는 말을 꺼냈다. 국영조선소 직공 20명이 각각 40명씩 동지를 모아 800명이 쿠데타를 일으키겠다는 계획은 귀족들의 귀에 들어가 결국 거사는 수포로 돌아갔다. 현직 통령의 참수뿐 아니라 교수형 11명, 종신형 3명 등 모두 52명이 처벌된 이 사건은 진상과 해석을 둘러싸고 두고두고 논란을 낳았다. 19세기의 유명 화가 들라크루아는 ‘처형 당한 팔리에로’라는 그림에서 통령을 독재를 꿈꾸다 실패한 반역자로 그렸다. 반면 동시대를 살았던 시인 바이런은 희곡 ‘마리노 팔리에로’에서 통령을 유능한 지도자이며 민주정을 추구하다 희생된 대중의 영웅으로 부각시켰다. 진실은 무엇일까.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게 있다. 국가 원수에 대한 엄격한 잣대와 심판이 ‘최초의 자본주의 국가’로 꼽히는 상업 공화국 베네치아의 1071년 역사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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