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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실효성 없는 中企적합업종제


지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양극화 문제가 경제정책의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가 구매력을 약화시켜 투자부진∙고실업∙저임금의 악순환 구조를 만들고 지속적인 경제불황을 유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산업 양극화의 한 당사자인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경영성과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도 중소기업의 경영성과를 개선해주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판단된다. 소비자 선호도 고려 등 불충분 다만 중소기업이 잘 돼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더라도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 또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이므로 대기업이 이런 업종에서 중소기업과 경쟁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시장에서 철수하면 중소기업의 경영성과가 개선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그런데 문제는 계산처럼 간단하지 않다. 같은 품목이라도 품질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다른 경우에 대기업 상품의 공급을 제한한다고 해서 소비자 선호가 바뀌지는 않는다. 예컨대 고기능 스포츠웨어를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대기업이 만드는 상품이 없어질 경우 일반 스포츠웨어를 사지 않고 외국 브랜드 상품을 산다. 또 식품∙화장품∙게임 등과 같은 경험재는 소비자가 상품의 품질에 대한 불확실성으로부터 위험을 떠안는 것을 싫어해서 보수적으로 상품 선택을 한다. 정책으로 이런 품목을 중소기업 상품으로 한정해놓는다고 해도 소비자는 그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러면 중소기업 경영개선도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의 성패를 소비자가 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합업종 제도는 이런 관점에 대한 고려가 불충분하다. 중소기업 경영성과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규모∙범위∙학습의 경제가 현저해서 큰 기업이 개당 5원에 만들 수 있는 것을 작은 기업에 5원보다 더 비싸게 만들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오늘의 중소기업 성과개선을 위해 내일의 기술혁신을 약화시키는 것도 현명한 일이 아니다.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 경영개선과 국민전체 후생과의 조화를 고려하는 부분이 미흡해 보인다. 디지털혁명의 영향으로 세계는 지금 원가를 줄이려는 아웃소싱을 통한 사업방식이 표준화되어가고 있다. 생산은 중소기업에 맡기고 대기업은 브랜드∙디자인∙마케팅∙소비자금융과 같은 무형자산 특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사업방식의 변화로 기업경쟁은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기업군 간의 경쟁이 되고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포함하는 기업군을 얼마나 잘 형성하는가가 경쟁의 성패를 결정한다. 그래서 시장의 논리에 의해 대기업-중소기업 협력이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있다. 적합업종 제도는 이런 흐름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없어 보인다. 인위적 정책은 경영성과 낮춰 중소기업의 경영성과 악화는 시장지배력을 가진 대기업의 불공정경쟁 행위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트렌드에 대한 적응 실패일 수도 있다. 자금∙인력∙기술∙마케팅과 같은 생산 외적인 사업역량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 불공정경쟁 문제는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으로 규제하면 된다. 양극화의 본질적인 원인일 수 있는 자금∙인력∙마케팅이나 기술잠재력 문제는 이런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격차의 확대만을 문제로 보고 적합업종 제도를 통해 격차를 인위적으로 축소하려는 정책은 가치창조 능력이 높은 사람들의 생산의욕을 낮추고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자립의지를 약화시켜 오히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의 경영성과를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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