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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마저 닮아가는 한일


"아베노믹스는 내가 바라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기꺼이 표를 줄 다른 정당이 없었습니다."

지난 14일 일본 중의원선거 투표를 마친 한 일본 유권자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전한 소감이다. 아베 신조 정권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중의원 의석 3분의2 확보에 성공했으나 투표율은 5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아베노믹스' 등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지만 야당도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 유권자들 상당수가 아예 투표를 포기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권력기반을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 희색이 완연했다.

지리멸렬한 야당은 아베 정권 연장의 일등 공신이다. 제1야당 민주당은 전체 지역 선거구 295곳의 절반도 안되는 178곳밖에 후보를 못 냈다. 총선 결과 의석 수는 73석으로 종전에 비해 11석이 늘었지만 2009년 집권 당시 308석과 비교하면 너무도 초라하다. 이러한 야당의 상황을 틈타 조기 총선으로 권력 기반을 강화한다는 아베의 계산은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이번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고이즈미 신지로 내각부 정무관조차 "열광 없는 선거에서 열광 없는 압승"이라고 지적했다. 아베의 승리는 그보다 더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야당을 둔 반사이익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본 정치의 '정부의 낮은 지지와 무기력한 야당'은 한국 정치상황에 대입해도 무리가 없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15일 공개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9.7%로 취임 후 처음으로 40%대가 무너졌다. 올봄 세월호 참사에 이어 최근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의 영향이다. 하지만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여전히 20%대에 묶여 있다.



'야당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 지도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야당은 언론 등이 주장한 여러 사안들을 소비하는 모습만 보였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문제에 있어서도 적절한 대안으로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 국민들의 눈에 보이는 건 오히려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어나는 내부 권력경쟁뿐이다.

한국도 급격히 노령사회에 진입하는 등 인구 구성이 일본과 비슷해지고 경제 역시 닮아가고 있다. 이번 일본 총선 결과를 우리 정치권은 곱씹어야 한다. '부진한 정부 여당과 무기력한 야당'의 모습이 우리 선거에서도 되풀이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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