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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연금으로 자리매김한 국민연금이 내로라하는 월가 거물들이 대거 몰린 가운데 월가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의 첫 해외사무소 개소식에는 당초 국민연금공단이 초청한 인사를 훌쩍 뛰어넘는 현지 금융인사들이 총집결함으로써 높아진 국민연금의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비크람 판디트 씨티그룹 회장, 개리 D 콘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 밥 켈리 뱅크오브뉴욕멜런 회장 등 거물급이 참석했다. 또 크레디트스위스ㆍUBSㆍBNP파리바ㆍ핌코ㆍJP모건자산운용ㆍ라자드에셋ㆍ바클레이스캐피털ㆍ웰링턴 등 내로라하는 월가의 상업은행과 자산운용사 임원진이 방문했다. 국민연금 측은 약 200여명의 금융인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은 "많은 월가의 금융인이 국민연금의 뉴욕 입성을 축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봉 1달러를 감수하며 금융위기에서 씨티그룹을 구해낸 판디트 회장은 "국민연금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큰 자본을 가진 기관"이라며 "국민연금이 책임을 수행하는 데 씨티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자원을 지원하겠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연금의 뉴욕사무소 개소식에 이처럼 월가의 거물들이 대거 몰린 것은 운용자산만 34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의 위상 때문이다. 지난 4월 말 현재 국민연금의 자산은 338조6,000억원으로 이 중 13%에 해당하는 43조8,000억원을 해외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오는 2020년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20%로 확대할 방침이다. 행사장에는 뉴욕뿐 아니라 홍콩 등지에서 활약하는 한인 금융인도 많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국민연금은 월가도 움직일 수 있는 갑(甲)의 위상을 갖고 있다"며 "월가에서 얻은 네트워크와 정보를 국익과 한국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행사 후 가진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은 한국금융시장에서 '연못 속의 고래'가 됐다"며 "국내에 안주하는 것이 더 큰 리스크를 지게 하는 만큼 해외투자를 통해 분산투자 효과를 살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수 사무소장을 비롯한 6명이 근무할 국민연금의 뉴욕사무소는 앞으로 미국 등 미주 지역의 투자정보를 수집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전초기지로 활용된다. 국민연금은 뉴욕 외에도 홍콩ㆍ런던 등 주요 국제금융 중심지에 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이날 맨해튼의 핵심업무지구인 파크애비뉴에 위치한 햄슬리빌딩 지분 49%를 인수했다. 국민연금은 이전 소유주인 골드만삭스가 인수했던 10억달러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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