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6일(현지시간)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도 유세를 중단한 채 적극적으로 대책을 주도하고 피해지역을 둘러보며 시민들의 위로해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오바마 선거캠프는 50여명의 인명손실과 수백억달러의 재산피해를 낸 재난을 놓고 선거의 득실을 따지는 것을 자제하면서도 이 같은 현실의 사건이 유권자들이 후보를 판단하는 프리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10월31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나란히 대통령 전용 헬기를 타고 피해지역을 둘러보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신속한 지원을 약속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대통령이 뉴저지의 고통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매우 감사하다"며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는 이어진 TV 인터뷰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재난대응에 대해 "뛰어나다" "무척 신뢰한다"고 극찬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공화당의 차세대 주자이자 '오바마 저격수'로 롬니 후보의 강력한 우군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그는 "리더십을 바꿔야 한다"고 오바마를 공격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미세한 가운데 이 같은 크리스티 주지사의 극적 반전은 '크리스티 효과'라고 할 정도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고무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TV를 통해 연속적으로 노출된 두 사람이 함께 한 장면은 초당파주의와 위기관리를 주제로 한 정치광고 같았다"며 "다만 차이가 있다면 무료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10명 중 8명이 오바마 대통령의 허리케인 대응이 '훌륭했다(excellent)' '잘한 편(good)'이라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부터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콜로라도주 볼더 등에서 유세를 재개한다.
반면 샌디 이전에 기세를 올렸던 롬니 후보 측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민들의 관심이 재난에 쏠리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는데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롬니 후보는 플로리다에서 3건의 유세를 하면서도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본 마당에 정치공세를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발언수위를 낮췄다. 이번 허리케인으로 긍정적인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폐지할 것이라고 공약했던 과거의 발언도 부담이다.
롬니 측은 대신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의 새로운 광고 공세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특히 최대 승부처인 오하이오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아온 '자동차 구제금융 반대'에 대한 정면돌파에 나섰다. GM과 크라이슬러가 중국 내 생산을 더욱 확대해 결국 구제금융이 중국의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 광고는 두 회사로부터 부정확한 사실이라는 반박에 직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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