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중국ㆍ일본 등 주요국들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경기회복 국면’이라고 진단하는 가운데 출구전략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급격한 시장의 충격을 피하고 잠재적 위기요소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경계심이 여전해 선뜻 출구전략을 공론화하거나 집행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실세금리가 이미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의 이 같은 태도를 머지않아 유동성 완화전략(liquidity-easing)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기 위한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릴지 아니면 당분간 불황이 이어지더라도 재정적자부터 줄여야 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당장 정부 지출을 늘리지 않으면 올해 실업률이 1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금까지 동원한 부양책만으로도 재정적자가 벌써 2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 국채수익률(10년물 기준)이 이달 초 한때 4%를 웃도는 등 시중 실세금리 상승 압력이 섣부른 출구전략 전환 논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주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단기급락에 따른 매수세 유입으로 5bp(1bp=0.01%) 하락한 3.78%에 거래됐으며 2년물 수익률은 5bp 떨어진 1.21%에 움직였다. 그러나 이번주 미 재무부가 경기부양 재원 마련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1,040억달러의 국채 발행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미 국채 수익률은 또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사정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이날 국내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0월 800bp를 넘었던 시중은행들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6월 초 170bp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CDS 프리미엄 상승은 그만큼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조달금리가 높아져 자금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 국채 수익률 등 글로벌 금리 상승 추세는 인플레이션보다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개선과 관련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금리상승 압력은 이를 기준으로 삼는 주택 모기지 금리 등을 끌어 올려 회복기의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섣불리 인플레이션을 의식해 시중 실세금리 상승을 방치할 경우 30년대 대공황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조기 긴축기조로 전환했다가 불황을 장기화시켰던 우(愚)를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티나 로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이 도입된 초기 연간 경제성장률이 9%를 웃돌았으며 실업률도 25%에서 14%로 떨어졌다”면서 “그러나 1937~1938년 다시 찾아온 불황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정책을 지나치게 빨리 도입할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성급한 긴축기조 전환 주장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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