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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 프로야구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투수와 타자 간의 수싸움만큼이나 팽팽한 선수와 구단 간의 눈치싸움이다. 다가올 시즌의 연봉을 놓고 더 받으려는 쪽과 더 줄 수는 없다는 쪽이 평행선을 달린다. 각 구단은 소속 선수들의 연봉계약을 발표하며 "재계약률이 90%를 넘었다" "몇 명만 계약하면 연봉계약 완료"라며 협상이 순조로움을 강조하지만 사실 그 '몇 명'이 연봉협상의 최대 고비다. 구단들은 지난 시즌 활약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선수들과 우선적으로 계약을 마친 뒤 이른바 스타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협상테이블을 차리고 있다.
◇한 번에 OK면 좋겠지만…=스타급 선수들은 보통 세 차례 이상 협상을 한다. 대략 탐색전→희망연봉 교환→난상토론 순이다. 이달 중순 이후 시작되는 해외 전지훈련 전까지 매듭을 짓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하지만 어차피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상 연봉계약 마감일은 이달 말일까지다. 해외 전지훈련 중 도장을 찍는 일도 드물지 않다.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제3자의 개입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초 연봉 7억원을 요구했던 이대호(현 오릭스)는 6억3,000만원을 제시한 롯데와 의견을 좁히지 못해 KBO에 연봉조정을 신청했고 변호사 등 5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는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선수들이 이처럼 연봉협상에서 강공을 취하는 이유는 자존심 문제도 있지만 동료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다. A구단의 한 선수는 "머리 아픈 일을 피하고 빨리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싶다"는 '순수한' 의도로 구단의 1차 제시액에 곧바로 사인을 했다가 협상 차례를 기다리는 동료들의 공분을 산 적도 있다.
◇투타 실질 연봉킹은 모두 두산?=각 구단은 고유의 연봉 고과 기준을 두고 선수들에게 제시할 적정 연봉을 산출한다. 승수∙홈런 등 드러난 성적도 중요하지만 투수의 경우 병살타 유도, 타자의 경우 상대투수에게 던지게 한 공의 개수 등 드러나지 않게 팀에 기여한 부분에 더 큰 비중을 두기도 한다. 또 평소 경기와 훈련에 임하는 자세, 동료들과의 관계 등 수치화하기 힘든 내용들도 코치들의 평가를 통해 고과에 중요하게 반영된다.
이런 '현미경 고과'와 기나긴 협상을 거쳐 올 시즌 최고 연봉의 영광은 누가 안게 될까. 일본에서 막 돌아온 '특별 케이스'인 김태균(15억원∙한화), 이승엽(8억원∙삼성)을 제외하면 7억원에 사인한 두산의 김동주가 2012시즌의 실질적인 최고 연봉자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투수 최고 연봉자 역시 두산 소속인 김선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연봉이 4억원이던 김선우는 16승7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13의 빼어난 성적에다 페어플레이상을 받을 만큼 팀 안팎으로 평판이 자자하다. 구단과 한창 협상 중인 김선우는 5억원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은 5일 지난해보다 7.5% 인상된 4억3,000만원에 재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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