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추락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헤지펀드 등 큰손 투자자들은 이미 금을 대거 처분하고 있고 월가 투자은행들은 금값이 지금보다 20% 이상 하락해 온스당 1,00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은 지난 14일 현재 금 선물시장에서 쇼트 포지션(매도)을 7만4,432계약이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 6만7,374계약에 비해 더욱 늘어난 것으로 지난 2006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반면 금을 보유하고 있는 롱 포지션은 3만9,216계약으로 2007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값은 지난주 말 현재 뉴욕상품시장에서 온스당 1,364.70달러를 기록해 올 들어서만 19%나 하락했다. 지난 12년 동안 6배가 올랐던 강세장이 끝났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금 값은 하락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뉴욕 주식시장과 큰 대조를 이룬다. 이 같은 금값 하락은 투자자들이 증시 등 위험자산으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는데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비록 낮지만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보이는 것도 이러한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 찰스 플로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등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관계자들이 잇따라 양적완화 축소 주장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존 스테프슨 퍼스트에셋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는 "금시장에 대해 비관론에 이어 비관론이 겹치는 상황"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알려진 조지 소로스 역시 금을 대거 처분하고 있다.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서에 따르면 소로스가 운영하는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3월31일 현재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 SPDR골드트러스트 지분 53만900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개월 전에 비해 12% 감소한 것이다.
블랙록 등에 이어 소로스 펀드 역시 이미 금 투자에서 손을 뗐다는 것이다. 소로스는 지난해 4ㆍ4분기에도 SPDR 지분을 55% 줄인 바 있다. 소로스는 지난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유로화가 급락했을 당시 금이 자산 도피처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던트러스트ㆍ블랙록 등 월가의 큰손들도 이미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향후 12개월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1,390달러를 제시했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금값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ETF의 금 매도 행렬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욱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릭 데브렉 수석 상품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금값이 향후 12개월 내에 온스당 1,100달러로 떨어지고 향후 5년 내에는 1,000달러 이하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값의 상승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매우 소수다. 이들은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 금값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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