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두뇌들에 격려를
그동안 한국의 항공우주연구원 두뇌들이 겪은 어려움은 컸다. 이 분야에 경험이 없었고 정부 지원도 빠듯한 채 무조건 띄워보라는 압력만 받고 일한 지가 10년도 넘었다. 그것만이라면 또 견딜만했다. 불과 몇 달 전에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시험을 했고 유엔에서까지 문제 삼았으니 우리 정부도 민감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항우연 역시 복잡한 진로를 이리저리 우회하며 추진해왔다. 그 같은 여러 조건을 감안해 가장 적절한 기술협력계약을 러시아와 체결, 러시아의 RD-191 엔진을 장착한 ‘안가라’ 발사체의 제1단계 추진발사체를 사용하게 됐지만 우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묻지마’식 기술협력계약이었다. RD-191 엔진시험을 모스크바 인근 실험실에서 행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때이므로 더욱 예민해졌다. RD-191 엔진은 액화산소와 케로신, 소량의 수소를 혼합시켜 균형 있게 연소되도록 설계된 최신식 엔진이다. 지난 2001년 처음 시험한 후로 지금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총 5,000초에 가까운 연소실험을 한 기록이 있고 그 다음 단계로 실제 로켓에 장착, 최종 실증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한국의 나로호(KSLV-1)가 바로 그 첫 번째 실험체였다. 1960년대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몰던 불도저는 요즘 개발된 불도저만큼이나 힘이 좋았다고 한다. 당시 케네디는 철강 값이 경제를 결정한다고 믿고 US스틸 임원들을 백악관에 불러 “왜 값을 못 내리느냐” “애국심도 없느냐”고 다그쳤다. 핵미사일을 싣고 오는 소련 해군 선박들이 쿠바에 접근 못하게 해군 함대로 온 섬을 봉쇄하고 3차대전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로 밀고 나가 결국 소련 함대를 되돌려 보냈다. 미 항공우주국(NASA) 기술진의 자세한 보고도 검토하지 않고 1960년대가 가기 전에 인류를 달에 보내겠다고 공언한 것도 그의 못 말리는 밀어붙이기 사례다. 그의 밀어붙이기는 성공도 했지만 실패도 있었다고 역사학자들은 논하고 있다. 철강 값 인하의 경우 한편으로는 경제가 나아진 것 같았지만 결국 일본과 한국이 철강 생산국이 되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 달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NASA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했지만 시간에 쫓긴 연구자들의 섣부른 결정으로 발사도 되지 않은 아폴로1호가 폭발, 우주인 세명의 생명과 발사시설 전체가 파괴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KSLV-1의 수차례에 걸친 발사 연기는 우리 정부의 자세가 밀어붙이기보다는 성숙된 관망과 신중성의 발로였다고 평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기술협조 명목으로 러시아에 약 5억달러를 항우연이 지불하기로 돼있는 것 외에는 전부 비밀이다. 앞으로 우리의 관심사는 5억달러의 액수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만큼 러시아의 기술을 습득하느냐는 데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내용 있게 받은 것이라고는 1단계 추진 소프트웨어와 발사대 구조물 설계도 정도다. 전부 강구조물로 설계된 이 정도 규모의 시설은 포스코와 현대건설 정도라면 쉽게 설계ㆍ시공해 검증까지 마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초저온 기술이 있다. 가스공사의 홍성호 박사팀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업적을 쌓고 있다. 비록 우주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실패를 거울삼아 다음에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항우연의 과학두뇌들에 대한 따뜻한 격려도 필요하다. 달에 처음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말했듯이 나로호의 경험이 한국 항공우주기술 도약을 향한 위대한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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