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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이미지'로 현실과 환상을 뒤집다

'고상우 개인전' 28일까지··· 연출 사진 음화상태로 출력

'키스'

인생의 묘미인 역전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작품 속으로 투영됐다. 젊은 작가 고상우(31)씨는 밝음과 어두움이 역전되는 네거티브(음화) 방식을 작품제작에 이용한다. 이를 단순히 '음화 출력으로 색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 제작과정에 또 다른 반전이 숨어 있다. "사진 찍은 필름을 빛에 비췄을 때 보이는 그 이미지가 좋아서 그렇게 '그리는' 겁니다. 말린 낙엽 위에 장미 꽃잎을 뿌린 뒤 모델을 눕힙니다. 낙엽은 분홍색, 장미는 파란색으로 칠하고 검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합니다. 벽과 배경도 손수 칠하고요. 원하는 반전의 색채가 나왔을 때 천장에 매달린 카메라 자동셔터가 이를 담습니다." 이렇게 연출한 사진을 음화 상태로 출력하면 환상적인 장면이 탄생한다. 때문에 작가는 "사진을 찍지 않고 사진을 그린다"고 말한다. 그는 반전 이미지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색채와 명암 뿐 아니라 남녀ㆍ미추ㆍ국적과 역할, 나아가 현실과 환상까지 뒤집어 경계를 무너뜨리고 싶다"고 답한다. 사진과 회화, 퍼포먼스의 장르 경계도 함께 깨뜨린 셈이다.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를 나온 고씨는 회화와 사진을 전공하고 연극을 부전공 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2001년 국내 첫 개인전에서는 금발 여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펼쳐 동양 남성인 스스로를 반전시켰고, 전작에서는 뚱뚱한 여자를 미의 여신처럼 표현했다. 신작들은 편견을 뒤집는 사랑을 주제로, 꽃과 나비 등의 오브제가 많이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소격동 선컨템포러리에서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성이 강한 '더 키스'의 5개 에디션 중 마지막 작품을 눈여겨 봐야 한다. 미국 투자회사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트(Bridgewater Associates)의 레이 달리오(Ray Dalio) 대표도 소장한 인기작이다. (02)720-5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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