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무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최근 끝난 J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에서는 수석합격생 김영(29ㆍ스킨푸드)을 비롯해 박인비(21ㆍSK텔레콤), 이선화(23ㆍCJ), 안선주(22ㆍ하이마트) 등 한국선수 9명이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한국뿐 아니라 폴라 크리머, 모건 프레셀 등 미국의 스타들도 일본에 진출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지난 5일 끝난 제10회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은 한국과 일본 여자골프를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교과서 스윙 대신 감(感) 중시=올해 JLPGA투어 상금왕 요코미네 사쿠라는 신장이 155㎝로 한국 상금왕 서희경(23ㆍ하이트)보다 17㎝나 작다. 하지만 티샷 비거리는 서희경보다 10야드 더 길었다. 스탠스를 넓게 벌리는 요코미네는 백스윙 톱에서 클럽헤드가 왼쪽 옆구리까지 내려올 정도의 '오버스윙'을 했다. 8세에 골프를 시작한 그는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웠는데 스윙은 스스로 익힌 게 많다"며 "스윙에 대해 아버지가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선수들은 대개 어릴 때 골프를 접하며 자기 나름의 스윙을 형성한다. 처음부터 교과서적인 스윙을 강조하는 한국과 달리 스코어를 줄이는 감각을 중요시한다. 티샷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대신 거리가 길고 어프로치에 강하다. 일본에서 9년째 뛰는 이지희(30ㆍ진로재팬)는 "일본 선수들은 비거리와 감 위주로 하기 때문에 쇼트게임에 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한일전에서 모로미자토 시노부, 미야자토 아이 등이 파5홀에서 어프로치샷 이글을 성공하며 갈채를 받았다. ◇선진화된 시스템과 문화=올해 일본투어에서 2승을 거둔 송보배는 일본 무대의 장점에 대해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룰을 정해 지키는 문화'라고 말했다. 송보배는 "일본에서는 연습 그린에 슬리퍼를 신고 오는 선수도 없고 볼을 3개 이상 놓고 연습하는 선수가 없다. 캐디는 4시 이후에나 그린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인파로 복잡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편의를 높인 시스템도 한국에는 없는 장점이다. 일본에서는 선수들이 대회가 끝난 뒤 골프백을 들고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택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짐을 이동할 장소만 알려주면 원하는 곳까지 배달이 된다. 평소 골프장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빡빡한 운영으로 선수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못하는 국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 별도의 비용 없이 세금만 내면 돼 선수들의 부담도 적다. ◇한국선수 경계령?=올 JLPGA투어 34개 대회에서 한국군단은 10승을 거두며 일본 선수들을 압박했다. 상금랭킹 10위 안에는 시즌 4승을 거둔 전미정(27ㆍ진로재팬)을 포함해 송보배(2승ㆍ6위), 이지희(1승ㆍ7위) 등 3명이 포진하며 강세를 보였다. 강자들이 가세할 내년에는 한국선수의 승수는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지희는 이와 관련, "일본 선수들 사이에서 한국 선수가 볼을 잘 친다고 경계하는 분위기는 있다"면서 "그렇지만 배타적이지는 않다. 한국 선수들에 대한 '쿼터(출전선수제한)' 움직임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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