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을 사는 대신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을 찾아 요리를 맛보죠."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는 르버나딘은 세계 최고 수준의 프랑스식 시푸드 레스토랑이다. 세계 유명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미슐랭에서 최고등급인 3스타를 받았다. 뉴욕에서 이 등급을 받은 곳은 르버나딘을 포함, 단 4곳에 불과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수많은 유명 인사들과 세계적인 스타들이 뉴욕에서 꼭 들르는 곳이다.
이러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르버나딘의 경영 2인자는 한국 여성인 하주현(43ㆍ사진)씨다. 그의 공식 직함은 경영보좌관(assistant to owner and managing director)으로 레스토랑 자재 구입부터 실내디자인, 고객 접대 등 경영 전반을 관할한다.
하씨는 지난 2009년 이곳으로 옮겨온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하씨는 "하루 15시간씩 일할 정도로 세계 최고 레스토랑의 경영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하씨는 한국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지난 1990년 리츠칼튼호텔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1995년 미국 플로리다주 아멜리아 아일랜드 리츠칼튼호텔로 옮겨오면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이 호텔을 오픈하면서 미국 경영진은 일할 직원들을 뽑았고 한국에서는 600여명 중 유일하게 하씨가 선택됐다. 하루에도 몇 통씩 고객들로부터 감사편지를 받을 정도로 세심한 하씨의 서비스에 반한 것.
하 씨는 33세이던 2004년 새로운 도전을 위해 호텔경영 분야에서 최고를 꼽히는 코넬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하씨는 포시즌호텔 연회부,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니엘 블루드 셰프가 운영하는 '바블루드'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토종 한국인으로서 언어장벽과 보이지 않는 차별도 경험했다. 하지만 그는 "언어는 테크닉일 뿐 그것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씨는 틈날 때면 요리와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을 찾는다. 그는 "좋은 평가를 받는 레스토랑은 최고 수준의 음식은 기본"이라며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항상 유지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고객을 연구해 말을 하지 않아도 척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최고 레스토랑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의 한식도 이제는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지만 서비스에서 여전히 미흡해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이 드물다고 그는 지적했다. 하씨는 "뉴욕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한국에 돌아가 호텔외식업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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