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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450조원에 내재된 위험

가계 부채가 좀처럼 줄지않고 있어 걱정이다. 나라나 가정이나 빚이 많다는 것은 씀씀이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로 이는 가뜩이나 침체된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경기회복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해준다는 점에서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가계 빚이 주택담보 대출과 상관관계가 크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될 일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가계부채(가계대출 및 외상구매)는 450조4,55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8,800억여원(0.6%) 늘었다. 가구당 평균부채는 2,945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9만원 늘었다. 1999년 3월부터 4년째 계속되는 증가세다. 그나마 올들어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다 해도 가계 빚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가계 부채는 주택담보 대출과 큰 관련이 있는데 지금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 251조1,000억원 중 주택담보 대출이 153조3,000억원으로 61.1%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지금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 부동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분양시장은 청약미달이 예사이고 이미 준공된 아파트도 잔금 부담 때문에 입주를 미루는 사람이 늘어 빈 집이 속출하고 있다. 강남권 등 주택거래 신고지역에서는 아예 거래가 실종돼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값이 크게 떨어지면 담보로 잡힌 물건들이 매물로 나오고, 공급물량이 늘면 가격은 더 떨어지고 이는 곧 가계부실과 금융부실로 이어져 경제 전체가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건설경기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가계 빚과 부동산 거품 붕괴의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3월 이미 국제결제은행(BIS)도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적이 있다. 국내에서도 가계 빚 증가로 인한 금융부실 문제가 제기된 것은 오래지만 그 동안 부동산 시장이 살아있었던 탓에 드러나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시장자체가 무너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곤란하다. 투기억제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대책도 완벽하게 마련하되 시장이 급랭하지 않도록 완급을 조절하는 정교한 정책 구사가 중요하다. 가계 빚은 청년실업 등 고용사정 악화 등의 문제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소득이 줄거나 없으면 자연히 빚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일자리 창출과 이를 위한 투자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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