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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로에 선 한국 관광산업

강동호 기자<문화레저부>

지난 17일 유건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조촐한 이임식이 있었다. 임기를 1년 이상 남겨 놓고 문화관광부에 사표를 제출한 지 9일 만이다. 공기업 중 고객만족도와 경영실적이 최하위를 기록한 데 따른 책임이 이유라지만 사내에는 ‘누가 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냉소주의가 짙게 흐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정부와 민간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미래형 관광개발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 관광의 대표라 할 관광공사는 겨우 몇개의 여행상품을 선보이는 데 그치고 있다. 정책 기능은 문화부나 건설교통부에서 독점하고 시장에서의 활동은 여행업체 등 일반 사기업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문화부가 관광진흥기금 배분 등 권한이 될 만한 사항은 철저히 챙기면서 민간활동을 독려하다 보니 공사는 정부의 파트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류 관광’ 해프닝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여행업체들이 발매한 여행상품에 관광공사가 보증(?)을 섰다가 약속한 한류 스타가 나타나지 않아 곤욕을 치르고는 했다. 섭외력이나 네트워크가 없는 공사로서는 당연한 결과다. 개발권이 없는 것도 문제다. 관광공사로서는 과거 제주도 중문이나 경주 등 관광단지 개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정부가 언제부터인가 개발과 운영을 분리하다 보니 공사는 점차 개발사업의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위기가 위기인 줄 모르는 공사 내부의 분위기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노조나 임직원들은 그저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면서 과거 ‘외화벌이의 기수’로서 화려했던 시절을 반추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 지자체들이 별도의 지방관광공사를 설립, 인력유출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공사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관광산업의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화부는 차기 사장을 누구로 선임할지에 앞서 “관광공사를 해체하고 정책과 운영이 통합된 ‘관광청’을 신설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외국 관광청 사무소장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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