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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관세화 유예' 능사 아니다
입력2004-05-04 16:21:02
수정
2004.05.04 16:21:02
서진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기고] '관세화 유예' 능사 아니다
서진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서진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향후 우리 쌀 산업에 태풍으로 다가올 쌀 협상이 이번주부터 본격화된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타이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협상 일정을 알려옴에 따라 이번주부터 미국과의 협상을 필두로 나머지 국가와도 협상을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쌀협상 실리위주 전략을
이번 쌀 협상은 지금과 같이 쌀 시장의 부분적 개방체제인 ‘관세화 유예’를 유지하기 위한 협상이다. 그러나 관세화 유예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관세화 유예는 시장개방의 근본 원칙인 ‘관세화’라는 합의된 국제 규범에서 일탈된 제도이기 때문에 이를 연장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수출국들에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추가적인 시장개방을 허용해야 한다. 바로 이점 때문에 우리나라는 수세적인 입장에서 이번 쌀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보다 더 많이 내줘야 하는 협상이 쌀 협상이며 따라서 협상의 초점은 우리나라가 과연 얼마나 내줄 것인가에 모아져 있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도 ‘관세화’라는 협상카드를 가지고 있다. 관세화란 외국산 쌀에 국내외 가격차 만큼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국내 쌀 시장의 보호수준은 관세의 크기에 따라 주로 결정된다. 쌀을 관세화하는 것은 이미 지난 우루과이라운드에서 합의된 농산물 시장개방의 대원칙에 합치하는 조치를 이행하는 것이므로 이해당사국과 힘겨운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즉 언제라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인 것이다.
쌀을 관세화로 전환할 경우 쌀의 관세가 앞으로 얼마나 낮아질지는 도하개발어젠더 농업협상에서 결정되게 돼있다. 그러나 도하개발어젠더가 지지부진해 관세감축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합의된 바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가 쌀을 관세화할 경우 협상 상대국이 우리나라에 쌀을 얼마나 수출할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도 관세화시 예상되는 수입량 전망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쌀을 관세화한다면 우리나라나 협상 상대국 모두가 우리 쌀 시장의 개방정도를 놓고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며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협상타결의 관건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쌀 협상에서 수세적인 입장에 있는 우리나라는 관세화라는 카드를 최대한 지렛대로 활용해 상대국의 추가 개방공세를 막아내야 한다. 쌀 협상에서 협상 상대국이 관세화 유예 연장을 조건으로 무리한 시장개방을 요구할 경우 우리가 쌀을 관세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융통성이 필요하며 때로는 우리 전략의 신뢰성을 보여주기 위해 국민적 지지도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관세화 유예를 고집하는 협상전략은 적절치 않으며 유연한 협상전략이 보다 효과적이다. 양자간의 통상협상에서 전략의 기본은 적절한 수준의 상대방 겁주기와 허세가 기본이며 우리의 카드를 최대한 숨기면서 상대방의 의중을 읽어 우리의 이익을 최대로 확보하는 전쟁이 통상협상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추가수입 최대한 줄여야
이번 쌀 협상의 목표는 우리 쌀 시장의 추가 개방폭을 최소화하고 쌀 농가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임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같이 관세화 유예 혹은 관세화라는 수단을 가지고 소모적인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에 국민적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쌀 시장 추가 개방의 크기는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우리 농촌을 묵묵히 지켜온 농민이 향후 입을 고통의 크기와 직결돼 있다는 점을 직시한다면 이번 쌀 협상은 전적으로 실리에 기초해 전략적으로 접근돼야 한다.
쌀 협상?기본적으로 현재와 같은 관세화 유예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부는 유예 연장의 대가로 의무적으로 사줘야 하는 외국쌀의 양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관세화 유예 연장 자체가 협상의 목적이 돼 협상전략이 융통성을 잃어버린다면 그 대가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의무수입물량의 확대로 나타날 것이다. 만일 그 결과가 오히려 협상을 하지 않고 관세화를 하는 것만 못하다면 곤란하다. 이번 쌀 협상에서 우리의 목표는 관세화 유예라는 수단이 아니라 추가적인 쌀 수입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4-05-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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