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는 피부색이 다름에도 자신을 서구적인 인간과 동일시하는 아시아인을 비하할 때 쓰이는 단어다.
화교 3세 출신인 로크 대사는 중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2011년 8월 주중 미국 대사를 맡아 화제를 뿌렸으나 귀임을 앞두고 조상의 나라에서 난데없는 십자 포화를 맞은 셈이다.
이 매체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잘 가시오 게리 로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로크 대사를 ‘썩은 바나나’, ‘시각장애인 안내견’, ‘전염병’으로 묘사하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오래 지난 상태로 바나나를 두면 껍질은 썩고 바나나의 하얀 속살도 까맣게 변색한다’며 로크 대사가 ‘뿌리’를 잃고 미국인의 시각만 대변한 점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중국 언론은 로크 대사가 구금 중이던 시각장애인 인권 운동가 천광청(陳光誠)의 탈출을 도와 미국대사관 입성을 도운 뒤 그의 가족이 사실상의 망명 형식으로 미국 유학길에 오르도록 앞장선 것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또 로크 대사가 부임 후 미국 대사관의 독자적인 대기오염 측정 수치를 측정해 국제 사회에서 베이징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부각하는 노릇을 한 것도 걸고 넘어졌다.
관영 매체의 품격을 잃은 사설에 중국 내부의 반응은 냉담하다.
법학자인 하오진쑹은 “이 사설은 로크 대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비우호적이고 무례한 시각을 대변한다”며 “거대 권력을 지닌 관영 언론의 권위와 예의가 실종된 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인으로서 화가냐고 창피하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 유명 평론가로 이름을 날리는 야오보도 “지금껏 읽은 중국 관영 매체의 기사 중에서도 가장 수치스럽다”며 “로크 대사가 없었다면 베이징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가 뭔지도 몰랐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로크 대사는 인간 존엄성의 승리자이자 맹렬한 미국 가치의 수호자”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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