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와칭(bird-watching)'이라는 것이 있다. 자연상태에 있는 새들의 모습이나 울음소리를 관찰하면서 즐기는 취미활동을 말한다. 새 관찰 취미는 인터넷이 탄생하기 전에는 몇몇 소수들만이 즐기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버드와칭은 엄청난 속도로 인기를 끌며 확산됐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보호국에 따르면 2006년에만 5,000만 명의 미국인이 야생동물 관찰 활동에 참여했다. 이렇듯 조류 관찰 인구가 증가한 데는 기본적인 관찰 수칙과 관찰 기록 방법을 가르치는 온라인 동호회의 성장이 기여한 바가 크다. 이들이 활동하면서 얻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수천 종에 달하는 철새의 이동 및 분포 패턴을 연구하는 데 전례 없는 수준의 정보를 제공했다. 다수의 아마추어가 소수의 프로를 능가하는 결과를 낳은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때로는 대중의 '다양성'이 개인의 능력보다 우월한 효과를 얻을 때가 있다. '마르지 않은 지적 자본의 우물'이라는 대중의 '집단 지성'을 이용해 괄목할 만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같은 법칙을 바탕으로 지난 2006년 6월 미국 잡지'와이어드'에 실은 기사에서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전문가 대신 비전문가인 고객과 대중에게 문제의 해결책을 아웃소싱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크라우드 소싱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분야가 '크라우드 펀딩'(다수의 사람들이 특정 프로젝트에 소액을 기부, 후원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정치자금 모금 형태로 오래 전부터 미국 정치 경제의 근간이 돼 왔다. 주목할 점은 이제 크라우드 펀딩이 음악, 영화와 같은 문화계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는 인기 만화작가 강풀의 웹툰 '26년'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제작진은 상업 영화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자금 모금 방식을 도입했다. 광주 학살 사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암살)한다는 내용 때문인지, 4년 전부터 제작을 시도했지만 각종 외압설 속에서 여러 차례 투자유치가 무산돼 선택한 방식이다.
상업적으로 생존 가능한 앨범이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아티스트들의 운명은 대개 어떤 프로젝트에 자금을 댈 것인가를 결정하는 영화 스튜디오와 음반업체의 자비에 맡겨질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권한이 막강한 자본을 지닌 소수의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 늘 비효율적인 부분으로 지적돼 왔다.
이와 달리 크라우드 펀딩은 아티스트들이 소비자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게 해 준다. 아티스트들이 궁극적으로 그들의 작품을 소비할 대상에 작은 금전적 투자를 호소하는 것이다. 대중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하고 활용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대중들의 욕구와 창조력을 활용하는 것이 앞으로 비즈니스의 성공에 열쇠가 될 것이라는 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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