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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발전, 태양열 발전 등 재생에너지 산업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에 힘입어 2006년~2008년 사이 급성장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보조금을 줄이고 석유ㆍ석탄 등 화석 연료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성장률 둔화로 인해 관련 업체의 인수ㆍ합병(M&A)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아오모리(靑森)현 오마 마을에 2013년까지 10기 규모의 풍력 발전단지 건설 계획을 추진하던 J파워(電源開發)는 최근 아오모리현 의회에 계획 연기를 요청했다. 경제산업성에 신청한 보조금이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에서 정부 보조금을 생명 줄이나 다름 없다. 일본은 풍력발전의 주체가 공공 기관일 경우 총 사업비의 절반, 민영기관일 경우 3분의 1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 보조금 혜택에 힘입어 일본에는 현재 1,500기가 넘는 풍력발전기가 건설됐으며, 전체 용량은 200만㎾를 넘어섰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2012년부터 보조금 정책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전량 매입방식으로 변경을 추진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 산업성은 "풍력 발전소는 건설에 3년 이상 걸리는 만큼, 신규 사업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전기 전량 매입은 집권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내건 공약.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세부사항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현재 검토중인 매입가격이 1kw당 15~20엔으로 업계 요구보다 낮다는 점이다. 풍력 발전협회는 "현재 정부 보조금으로 겨우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조금을 없애면 매입가격을 현재 10.4엔에서 20~24엔으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풍력발전 업체들은 손을 놓았다. 풍력 발전 협회 관계자는 "매입 가격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데, 신규 투자 같은 모험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량 매입 제도가 도입돼도 문제는 남는다. 풍력 발전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아 전력 회사들이 매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 일본의 전력회사가 수용 가능한 용량은 풍력 발전량은 500만kw로 지난해 말 현재 218만6,000kw의 풍력 발전이 가동되고 있다. 향후 10년간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280만~530만kw의 전기를 전력회사들이 모두 사들일 지가 미지수다. 몇 년 전만 해도 치솟는 석유, 천연가스 가격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재생 에너지 투자가 봇물을 이뤘다. 화석 연료 가격이 치솟을수록 태양열, 풍력 발전은 더욱 유망해 보였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화석 연료 가격이 급락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풍력 발전 회사들의 주가는 지난 2006년에서 2008년 사이 급등세를 보였다.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풍력 발전업체 주가는 올해에도 19%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GSW에너지그룹을 운영하는 지오프 스타일은 "풍력 발전이 이름 그대로 공중에 붕 뜬 상태"라고 표현했다. 신용시장이 경색되면서 투자자들은 풍력회사들에게 자금을 빌려주지 않고 있으며, 빌려 주더라도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경기 회복 둔화로 인해 전력 수요가 줄면서, 풍력 발전의 입지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의지도 약화됐다.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될 경우 석유ㆍ석탄 등 화석 연료의 가격이 높아져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헤지펀드 업체인 GLC파트너의 메니저인 존슨 미첼은 "미국의 장기 에너지 정책 부재가 재생에너지 투자를 막고 있다"며 "온실가스 관련 규제가 강화돼 화석 연료의 가격이 비싸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 풍력 발전 건설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UBS에 따르면 향후 3년간 풍력발전 건설은 연평균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과거 5년간 증가율(27%)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급성장 하면서 큰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최대 풍력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의 외국회사의 점유율은 지난 2004년 80%에 달했지만 2009년에는 13%로 줄어든 상태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업체들의 옥석 가리기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독일의 지멘스, 중국의 골드윈드 사이언스&테크놀로지 등 대형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중소업체들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생에너지의 또 다른 분야인 태양열 발전은 풍력발전 보다 미래가 더욱 어둡다. 풍력 발전과 마찬가지로 2006~2008년 사이 호황기를 맞았던 태양열 발전 업체들은 올 들어 주가 하락률이 14%에 달한다. 태양열 발전의 근본적인 문제는 발전 단가가 비싸고,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태양열 발전 비용은 주요 에너지 중에서 가장 비싸다. 풍력발전 단가는 ㎿H당 50~100달러로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발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태양열 발전 단가는 최근의 설비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H당 90달러~200 달러에 달해 풍력발전의 2배에 이른다. 신규 건설 증가세도 꺾이고 있다. 라자드캐피털마켓에 따르면 올해 신규로 건설된 전세계 태양열 발전소 용량은 1만2,000㎿로 지난 2006년에 비해서는 7배나 많은 규모다. 하지만 내년에는 1만4,500㎿로 성장률 둔화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태양열 발전 설비 업체간에는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투자은행(IB)인 엑서큐션노블의 크리스 루펠은 "전기를 생산하는 솔라 패널은 공급과잉이 벌어지고 있지만, 솔라 패널에서 나오는 직류 전기를 가정용 교류로 바꿔주는 인버터(변환장치)는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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