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가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외교 행보가 가시화되면서 북미 사이에 회담 재개를 위한 일정한 절충이 가능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을 방문한 우다웨이 중국 대표가 곧바로 북으로 들어가고 워싱턴에서 한미일 3국 협의가 이뤄지는 모습이 일단 외견상으론 물밑논의가 무르익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물론 북미 간 의견차이가 워낙 크고 본질적이어서 확실한 성과를 장담하기엔 여전히 신중하다.
6자회담 재개 여부를 떠나서 최근 북핵협상을 위한 각국의 외교적 노력을 보면 한국이 소외되고 잘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의장국인 중국이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인다. 미국과 북한을 교차 접촉하면서 의견 차를 메우려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북한 역시 미국과의 협상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이미 조엘 위트와 안명훈 부국장, 보즈워스 대표와 리용호 부상 등의 1.5 트랙 회동을 가진 데다가 지난 9월에는 6자회담 기념 토론회 명목으로 김계관과 리용호를 베이징에 직접 보내 회담 재개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한국 6자회담 재개에 소극적 행보
이에 비한다면 한국은 6자회담 재개 노력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듯하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는 북핵 해결을 위한 적극적ㆍ공세적이며 액티브한 접근과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동북아 국가들과의 우회적 협력을 통해 북한을 끌어들인다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정도 외에 박근혜 정부가 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공간과 구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사실 우리가 핵심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북핵으로 가장 큰 안보위협을 당하고 있고 실제 북의 핵보유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우리의 핵심 목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안보이슈이기 때문이다. 북핵문제의 당사자가 결국 우리일진대 정작 북핵 해결을 위한 노력에 한국의 모습이 안 보인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다. 주인이 주인역할을 포기하고 손을 놓으면 정작 우리의 문제인 북핵협상에서 소외당하고 경제적 부담만 안게 됨을 우리는 지난 경험에서 잘 알고 있다.
다행히 최근 조태용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주인의식을 갖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북미중 사이의 긴밀한 의견조율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한국이 주인의 입장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북핵 해결에 주인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늦었지만 다행스럽기도 하다.
북ㆍ미 합의 절충자 역할 나서야
그런데 주인의식의 강조가 한국이 고집부려 어렵사리 진행 중인 북미 협상에 장애가 되는 부정적 개입이 돼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그랜드 바겐’이라는 선(先)핵포기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오바마 행정부로 하여금 한국 정부가 원하지 않는 북미협상에 나서지 못하게 했던 경우와 같다. 이는 주인의식의 발현이 아니라 주인 고집으로 협상 자체를 깨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등이 최근 북미협상의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발언 등도 그런 우려를 낳게 한다.
북핵문제에서 우리의 주인의식은 북미협상을 방해하는 오기 부리기가 아니라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우리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절충과 합의의 가능성을 높이는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일이 되게 하는 게 주인의식이다. 부디 박근혜 정부가 북핵문제에서 올바른 주인의식을 확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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