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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노조 임단협서 무리한 요구 불보듯

■ 노조 10년 만에 민노총 재가입 추진

집행부 지지기반 늘리기 포석

심각한 노노갈등 초래할 수도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10년 만에 민주노총 재가입 움직임을 보이면서 '19년 무분규' 전통을 이어온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정병모 위원장을 포함한 현 노조 집행부가 '민주노조' 기치를 내걸고 12년 만에 등장한 강성노조라는 점에서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올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주노총 재가입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군소 강성 재조직 연합 대표로 나서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정 위원장 등 집행부의 기반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노조 내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온건 실리 성향 노조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004년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노조 근로자였던 박일수씨의 분신 사건 당시 온건 성향의 집행부가 금속노조와 다른 노선을 취하면서 금속노조에서 사실상 제명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후 노동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인 실리 노선을 걸으며 현대중공업이 대표적 노사상생 사업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해까지 무려 19년간 무분규로 노사협상을 타결하는 대기록을 세운 것도 '중도 실리' 노선의 독자적 노조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 속에서도 현대중공업이 버텨온 것도 '회사 존립이 우선'이라는 노조의 협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노조는 2009년과 2010년도에는 2년 연속 임금동결과 함께 교섭권을 사측에 일임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택했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이를 바탕으로 극심한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를 딛고 최근에는 제2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1972년 창사 이래 정규직 2만7,000여명과 협력업체 직원 4만여명을 합해 6만7,000여명으로 근로인력이 국내에서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조선업이 최대 호황이던 금융위기 이전 5만여명보다 1만7,000여명 늘어난 것이다. 현재 건조작업 중인 사업은 2010~2011년 수주한 물량으로 이 사업이 끝나면 2012~2013년 수주 물량 작업으로 이어진다. 2012~2013년 수주규모가 2010~2011년보다 62% 증가한 170억달러에 달해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의 이번 민주노총 재가입 추진으로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올 임단협부터 민주노총 재가입을 내세워 사측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노조 측이 마련 중인 올 임금·단체협상의 노조 요구안도 무리한 부분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노사관계의 위기감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현 노조 집행부가 무리하게 민주노총 복귀를 추진할 경우 상생의 노사관계 틀을 깨는 것은 물론이고 심각한 노노갈등을 일으켜 결국 회사 경영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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