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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프리랜서 '아나운서'도 좋지만…
입력2007-03-12 16:29:50
수정
2007.03.12 16:29:50
[데스크 칼럼] 프리랜서 '아나운서'도 좋지만…
양정록 jryang@sed.co.kr
국민 과반수가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같은 의견은 4개월 전 강수정 KBS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를 선언할 때보다 김성주 MBC 아나운서가 프리 선언을 할 때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SBS 러브FM ‘뉴스앤조이’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김 아나운서의 MBC 퇴사 일주일 후인 지난 8일 이에 대한 의견을 전화로 조사한 결과, 52.8%의 응답자가 ‘지나친 상업화’를 이유로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한순간의 인기를 등에 업고 부와 명예만을 추구하겠다는 인상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한 일반 국민의 따끔한 지적인 셈이다.
"지나친 상업화" 여론 부정적
물론 개인의 권리와 선택은 보장받을 수 있다는 단서는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사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가치가 무한대로 평가받는 사회가 급박하게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된다는 것이다.
두뇌 하나만으로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빌게이츠. 90년대 초반 한 비행기에서 빌게이츠 옆에 앉아 있던 한 잡지사 기자가 그에게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강력한 경쟁회사는 어디냐”고 물었다. 이에 빌게이츠의 대답은 오라클이나 IBM 같은 동종 IT기업이 아니라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였다는 것. “최근에 보니까 가장 똑똑한 인물들이 모두 투자은행, 특히 골드만삭스로 가고 있는 현실 때문에 그렇다”는 게 빌게이츠의 설명이었다고 외신은 전한다.
그렇다면 왜 최근 들어 기업에서 한 개인의 능력이 과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의미가 부여되면서 부상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첨단기술이 발달돼 인간의 생각대로 상상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근 “천재 1명이 1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천재론’에 이어 최근 ‘창조경영’이라는 화두를 새로 들고 나와 삼성에 접목하려 애쓰는 것도 이런 기류를 간파한 선견자적 기질을 다시 발휘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케팅 어드벤처’의 저자 김민주 ㈜리더앤리드 대표는 ‘글로벌 시대’라는 단어를 가장 실감나게 설명한 인물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꼽는다. “글로벌 시대가 도대체 뭐냐”는 질문에 이어령식 어법은 ‘다이애나의 죽음’ 하나로 설명할 정도로 간단했다고 김 대표는 회고한다.
“죽은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영국인이었고 다이애나의 애인인 도드 파예드는 이집트인, 사고가 발생한 곳은 프랑스 파리 지하차도였다. 타고 있던 차는 독일산 메르세데스 벤츠, 운전사는 벨기에인, 뒤쫓던 파파라치는 이탈리아인이었다. 죽은 시신을 부검한 의사는 미국인, 마취약은 남미산이었고 세계인들이 사망사실을 확인한 것은 인터넷으로는 LG모니터가 사용됐고 이때 구동된 소프트웨어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였다. TV는 네덜란드 필립스로 시청됐고 각국에서 영결식에 보내온 화환은 네덜란드산이었다.”
한 사람의 작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가장 단순하게 보여준 사례이며 우리가 지금 글로벌 시대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생활하고 있는지를 새삼스럽게 일깨워준 가장 적절한 비유라고 김 대표는 해석하고 있다.
최근 강, 김 전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조직체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더 좋은 보수를 받고 싶어하는 것은 이 시대 모든 직장인들의 소망일 것이다.
'몸값 챙기기' 그쳐서는 안돼
그러나 프리선언으로 자신의 몸값만 챙기겠다는 심리가 더욱 강화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방송은 단지 방송일 뿐이다. 프리 선언에 대한 나름대로 확고한 정신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해당사자인 방송사들은 우수인력 방출방지책 강구는커녕 이들의 아나운서 직함사용 규제방침 등 거꾸로 가는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겠노라고 부산만 떨 뿐이다.
사회는 빠르게 국제사회로 편입돼가고 있는데 정서적으로는 아직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차부적응’ 현상이 방송계는 물론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도 뇌관처럼 자리잡고 있음을 반증하는 모습이다. 이제는 급변하는 경쟁사회에 맞는 신(新)인력운영 체제를 고민해야 될 시점이다. 강수정과 김성주 전 아나운서의 프리 선언은 단지 시발점일 뿐이다.
입력시간 : 2007/03/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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