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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미술시장] 사람보다 작품 위주 지원이 바람직

'나눠주기식 예술인 복지'도 실효성 떨어져

'문화가 있는 수요일' 정책

정부보조 의존 악순환 우려


이른바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지난 3월 31일자로 시행됐다. 예술인의 지위를 인정하고 그 복지를 보장해준다는 취지는 좋으나, 실제로 이같은 정책으로 자생 가능한 미술생태계 조성이 성공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소위 'n분의 1로 나눠주기식 복지'를 지향한다는 데 있다. 정부는 '예술인 복지법' 추진 일환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최저생계비 이하 예술인에게 3~8개월간 월 100만원을 주는 '긴급 복지지원'을 비롯해 '예술인 학습공동체 지원', '예술인 교육 이용권 지원' 등의 정책을 내 놓았다. 그러나 미술계 안팎의 문화정책 전문가들은 "예술인이라는 '사람'을 대상으로 지원을 할 게 아니라 그들의 성과물인 작품이나 프로젝트 같은 사안별 지원을 하는 게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술인들에게 직접 돈을 나눠준다고 해서 문화 장려가 실현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 지원금을 통해 어떤 결과를 낼 것인지 창작자들로 하여금 그 결과를 유도하고 목적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문화정책이며, 나아가 역량있는 작가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예술인 복지법은 사람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 사안에 대한 '간접 지원'이 옳은 방향일 것"이라며 "현행 빈민구휼식 복지 정책은 예술인의 자존감만 떨어뜨릴 우려가 있으며, 관련 서비스나 프로젝트 같은 사업을 통해 예술인들이 자생할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융성'의 정책기조 실천을 위해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문화가 있는 수요일'도 단기적으로는 국민적 호응이 좋으나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는 반신반의의 견해가 많다. 비유하자면 축구 육성을 위해 축구관람권을 싸게 배포하다보니 결과적으로 표가 더 안팔리는 것처럼, 제값 주고 예술을 소비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문화 생산자들은 정부 보조에 더 의지하게 되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술정책·비평가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공짜표를 나눠주는 방식의 문화정책은 개발도상국가 수준"이라며 "현행 문화정책은 1973년도 문화예술진흥법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제는 개발도상국 시절에서 벗어나 정책 면에서도 발상의 전환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홍익 한국문화정책학회 회장(서울대 교수)는 "'문화가 있는 날' 정책의 할인과 무료 혜택이 각종 공연과 전시 관람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문화소비를 '싸게' '공짜로' 취하려는 의식이 자리잡을 수 있어 우려된다"며 "문화는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산 동력이라는 사실이 정책 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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