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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함' 총체적 비리였나

방산비리 정옥근 전 해군총장까지 연루 정황

합수단, 황기철 전 총장 조사 과정서 포착… 수사 확대

전·현직 군인 9명이 구속된 통영함 납품 비리에 당시 해군 최고 윗선이었던 정옥근(63) 전 해군참모총장까지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다. 기업으로 치면 회장부터 과장까지 가담한 조직적인 비리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2일 통영함 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황기철(58) 전 해군참모총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 전 총장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영함 비리는 함정에 장착할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 납품 과정에서 군 관계자들이 미국 방산업체 하켄코로부터 로비를 받고 공문서를 위조해 성능 미달인 장비가 납품되도록 한 사건이다. 수상구조함인 통영함은 부실 장비가 납품된 탓에 세월호 사태 때 투입조차 하지 못했다.

합수단은 2009년 6월 황 전 총장과 공범 오모(57·구속기소) 전 대령이 평가실무 담당자에게 정 전 총장 이름을 거론하면서 "하켄코를 우호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는 실무자 측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 사업이 정 전 총장의 '관심 사업'이었다는 오 전 대령의 진술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해군 대령 출신 로비스트 김모(63·구속기소)씨가 정 전 총장과 해군사관학교 29기 동기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합수단은 일단 황 전 총장이 상급자인 정 전 총장에게 잘 보여 이득을 얻기 위해 납품 비리에 가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정 전 총장의 압력에 의해 기획된 비리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합수단은 당초 2009년 방위사업청 차기수상함구조함 통합사업관리팀장이었던 오 전 대령 등이 문서위조와 뇌물 수수를 주도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당시 준장이었던 임모(56·구속) 전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과 소장(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었던 황 전 총장까지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차례차례 밝혀졌다. 황 전 총장은 "납품업체 선정 과정은 실무자들에게 대부분 권한이 위임돼 있어 영향력을 끼칠 사안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범죄혐의가 소명됐다"며 22일 황 전 총장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여기에 정 전 총장까지 비리에 연루된 정황까지 나오면서 세월호 사태 때 제 구실을 못해 국민의 공분을 샀던 통영함의 비리는 대령에서부터 준장, 소장, 대장까지 전 계급이 가담한 총체적인 비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 전 총장은 통영함 비리와 별개로 해군 차기 호위함과 유도탄고속함 엔진 등의 수주에 편의를 주는 대가로 STX그룹으로부터 7억 7,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지난 2월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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