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44까지를 응수시켜 놓고 이세돌이 비로소 흑37, 39의 공격 수순을 밟았다. 이젠 주변의 흑세가 막강해진 상태이므로 백도 조심성 있는 수습을 할 수밖에 없다. 백40은 신중한 행마. 계속해서 백42도 안전 위주의 행마였다. 백44를 보고 필자가 윤현석9단에게 물었다. "이건 조심이 지나친 것 같아. 마치 18급 초보자의 행마 같잖아?"(필자) "고수가 그런 초보자 같은 행마를 할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요. 흑이 만약 덥석 받아 준다면 백은 기막힌 후속 수단을 노리고 있어요."(윤현석) 흑이 참고도1의 흑1로 받아주면 백은 2에서 6까지 우상귀를 유린할 작정이다. 이 유린을 당하지 않으려면 흑은 참고도1의 흑3으로 5의 자리에 물러서야 하는데 그것은 너무도 뼈아픈 굴복이다. 강동윤의 노림을 간파한 이세돌은 아예 손을 빼어 흑45로 방향을 전환했는데…. "강동윤의 백46은 너무 처진 응수로 보이는데... 왜 이렇게 축 늘어진 응수를 한 거지?"(필자) "다 이유가 있지요."(윤현석) 참고도2의 백1로 받는 것이 상식인 것은 맞다. '모자는 날일자로 벗으라'는 기훈도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적절한 응수가 아니라고 한다. 흑2의 침입이 안성맞춤이 된다. 백은 좌하귀를 크게 차지하는 길로 가겠지만 흑14, 16으로 조성되는 하변의 흑진도 아주 훤칠하다. 이것이 싫어서 강동윤은 실전보의 백46으로 둔 것이었다. 강동윤의 백50이 멋진 수였다. 검토실에서는 아무도 이 수를 예측한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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