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월가 리포트] "비싼 별장 사놨는데…" 보너스 깎인 뱅커들 씀씀이 줄이기 비상

보너스 대폭 삭감에 그나마 주식으로 지급<br>"절약 습관 다시 배우자" 재무컨설팅 받고<br>과소비에 빠져 있던 삶 되돌아보는 계기로


'월가 뱅커들 절약 습관을 다시 배운다'

보너스가 지급되는 매년 1~2월이면 월가는 현금으로 넘쳐나고, 수백만달러의 현금을 거머쥔 투자은행의 중역들은 막대한 보너스를 어디에 쓸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올해는 정반대다. 보너스가 대폭 삭감되고 이마저도 현금이 아닌 후배주(deferred stockㆍ보통주 다음으로 배당 받을 권리가 있는 주식)로 지급되면서 보너스를 계산하고 미리 산 값비싼 자동차, 별장 등으로 인해 청구서는 날아오지만 메울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월가 뱅커들의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했고, 그들만의 생활양식은 따로 있었다. 엄청난 수입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전문지식에 대한 당연한 보상으로 여겨졌다. 월가의 뱅커들을 상대로 재무 컨설팅을 하고 있는 케이쓰 휘테커는 "뱅커들은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보너스로 증명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들은 '나는 이 정도 집에서 이만한 생활수준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어' 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잘 나가는 축에 속한는 뱅커들의 연간 가계 지출은 수십만 달러는 기본이다. 자녀 유치원비 4만달러, 여행비 2만~5만 달러, 하우스 스텝 10만~15만달러, 별장유지비 10만~15만달러, 주택비용 15만~20만달러 식이다. 여기에 자선, 유명인사들과의 사교에 드는 비용, 고가 의류 및 액세서리 구입비용 등을 합친다면 씀씀이 더욱 커진다.

지난 2008년 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세계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규제강화로 수익이 크게 나빠지자 은행들이 보너스를 줄이고 이마저도 현금지급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현금보너스 상한선을 12만5,000달러를 설정했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 역시 보너스의 75%를 주식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직원의 임의매매로 2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UBS는 지난해 220만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받은 임원들을 대상으로 50%를 되돌려 받기로 결정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임직원에 대한 전체 지급 규모를 전년에 비해 21% 줄였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의 보너스는 전년의 1,260만달러에서 700만달러로 떨어졌다.



한 때 수백만달러를 받던 월가 뱅커들에게 수만 달러의 현금 보너스는 작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 BoA메릴린치에서 일하는 한 한국계 컨설턴트는 "보너스가 줄어들면서 회사에 돈 문제로 고민하는 직원들이 너무 많다"며 "어떻게 지출을 줄여야 하나 막막해 하고, 일부는 급여를 더 받을 수 있는 회사를 찾아 옮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월가 뱅커들이 씀씀이를 줄이는 일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먼저 상당수는 보너스 삭감이 일시적인 것으로 여기고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대신 보다 별장이나 맨해튼의 보다 큰 아파트 구입을 연기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초저금리를 활용해 모기지를 재융자하는 방식도 선호하고 있다.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모기지 대출의 금리 조절만해도 쉽게 1만~2만 달러는 아낄 수 있다.

스포츠 카 등 사치품도 지출 삭감의 주요 대상이다. 더 이상 비싼 벤츠나 스포츠카가 월가에서 자랑거리가 아니며 그동안 사 모았던 미술품도 내놓고 있다.

가사 일과 관련된 인력의 고용도 줄이고 있다. 코네티컷에 위치한 인력송출업체인 캘린더 그룹의 스티븐 레이토먼은 "과거 잘 나가는 뱅커들이 요리사, 유모, 청소원 등을 다 따로 뒀다면 이젠 애들과 친하면서 요리도 할 수 있는 가사 도우미를 한 사람만 두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돈 문제에 관한 한 둘째가려면 서러워할 월가 인사들이지만, 재무 컨설팅을 다시 받아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인들처럼 자신이 추구하는 생활수준과 수입 사이의 균형을 찾고, 미래를 대비해 얼마나 저축해야 할 지 등을 재설계하자는 것이다. 휘테커는 컨설팅을 할 때면 "'어떤 지출부터 줄일 수 있을 지 찾아봅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당신이 믿는 것이 무엇인지, 이것들이 진정으로 당신을 위해 필요한 것들인지를 생각해 봅시다"라고 시작한다"고 전했다. 보너스 삭감이 과소비에 빠져 있던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