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 경제 전문가 71명 중 48명은 ECB가 오는 7월5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현행 1.0%인 기준금리(단기대출금리)를 0.75%로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스와 스페인 위기에 따라 경기 전망이 극도로 어두운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4% 상승하는데 그쳐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낸 것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ECB가 제시한 인플레 목표치는 연간 2% 상승이지만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5월 물가상승률이 이미 1.9%까지 낮아져 현재로서는 물가 상승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피터 프랫 ECB 집행이사는 이날 독일어판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기준금리가 1% 밑으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없다”고 강조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역시 이달 초 통화정책회의 이후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CB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중에 유동성 공급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에 걸쳐 ECB로부터 1조유로에 달하는 장기대출(LTRO)을 받아 온 유럽 은행들은 현재 이자로 연간 100억유로를 물어야 하지만 기준금리가 0.25% 낮아지면 25억유로를 아낄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금리도 이미 충분히 낮은 수준이며, 금리가 더 떨어진다고 해도 기업이나 가계가 추가 대출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ECB가 최후의 수단인 금리인하 카드를 지금 꺼내 들면 ‘이젠 남은 대책이 없다’는 시장의 공포가 오히려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로이터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 대다수는 ECB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이 수준을 2014년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를 0.75% 밑으로 내릴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얘기다.
기준금리 외에도 현행 0.25%인 ECB 예치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내릴지도 관심이다. 예치금리는 역내 은행들이 ECB에 단기간 돈을 맡겨둘 때 받는 이자다. 현재 극도로 보수적인 경영에 나선 유럽은행들은 돈 굴리기를 포기하고 ECB에 하루 8,000억유로에 달하는 자금을 쌓아둬 자금 경색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투자증권의 임동민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예치금리를 인하해 대출 및 국채 매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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