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예·아니오만 대답하세요!" 나는 국회 증언하러 나오시는 분들께 결코 이렇게 질문하지 않으려 작정했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국회의원이 뭐관대 증인들에게 이따위로 질문하는지 화가 났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똑같이 이따위 방식으로 질문을 한다. 저축은행 국정조사가 곧 시작된다. 국민의 눈과 귀가 국회로 쏠릴 것이다. 처음에는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오나 관심을 갖다가 그럼 그렇지 하고 고개를 돌릴 것이다. 검찰 수사에서 밝히지 못한 새로운 팩트가 나오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또 다른 이유를 찾자면 청문회 진행방식이다. 이번 국정조사 위원은 18명이다. 공중파 생중계를 감안해 한 위원당 질의시간은 답변 포함 대개 10분 내외이다. 10분이라고 해봤자 18명이 돌아가면서 다 질의하면 꽉 찬 3시간이다. 질의가 끊겨 다시 시작하려면 몇 시간이 지나야 한다. 그때는 생방송이 끊겨 관심도가 뚝 떨어진다. 따라서 위원들은 이 10분 안에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금쪽 같은 시간을 1초라도 낭비할 수 없다. 그러니 어디 답변들을 시간이 있나. 준비한 내용만 호통치며 줄줄 읽고 만다. 누구 말대로 '들을 청(聽)'자 청문회가 아니라 '내칠 척(斥)'자 척문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청문회 위원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여야 대표 선수 3~4명만 뽑아 책임을 맡겨 당과 자신의 명예를 걸게 해야 한다. 당이 소수정예 청문위원들에게 정보를 집중해주면 제대로 된 질의응답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청문회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증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처벌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시늉만 내는 꼴이다. 국회에 와서 위증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기에 이를 근절할 방안이 절실하다. 국회의원 욕 얻어먹는 것 하나라도 고치겠다는 심정으로 나는 이 방식을 몇 차례 건의했지만 별반 반응이 없었다. 관행이라는 것이 무섭다는 것을 절감한다. 이번 청문회를 보고 또다시 건의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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