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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못 말리는 맹수본능

못 말리는 맹수본능



창하오는 흑63으로 실리를 챙기며 대마를 살렸다. 선수는 이세돌에게 돌아갔다. “이젠 백도 우변의 미생마를 살려야 합니다. 그곳을 흑에게 선제공격을 당하면 아주 곤란합니다.”(이희성) 3분쯤 생각에 잠겼던 이세돌이 둔 곳은 상변의 백64였다. 우변 백을 수습하기에 앞서 상변의 흑대마를 공격한 것이었다. “하여튼 못 말리는 맹수본능입니다. 내 약점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먼저 생각하는 저 습성. 주먹이 강한 자의 특권이라고나 할까요.”(윤현석9단) “이렇게 되면 창하오도 화를 낼겁니다.”(김만수) 과연 창하오는 화를 냈다. 흑65로 우변의 백대마를 엄습한 것이다. “주변의 흑돌들이 워낙 강해서 이 공격은 위력적입니다. 아무리 수습에 능한 이세돌이라도 조심해야 합니다.”(김만수) 여기서 참고도1의 백1, 3으로 두어 살 궁리를 하는 것은 아마추어 초보자의 착상이다. 이런 식으로 살아서는 하변에 거대한 흑진이 저절로 건설되어 백의 고전이다. “우하귀의 흑진을 부수는 척하면서 수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이희성) 이희성은 참고도2의 백1, 3을 타이젬에 올렸다. 잠시 후에 이세돌이 둔 수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흑의 응수는 달랐다. 창하오는 귀를 지키는 대신 백대마의 뒤통수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흑67이 그것이었다. “패가 날 조짐이 보이는군요.”(윤현석) 정말로 패가 났다. 고수들은 궁하면 언제나 패를 낸다.(76…68)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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