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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명훈 감독의 찜찜한 재계약

"지금까지 언론에 발표된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 없습니다. 대강 들었지만 (연봉 논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힘들어요. 저는 신문을 안 보고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결국 서울시립교향악단을 3년 더 이끌기로 했다. 유럽 보좌역 인건비, 가족 항공료 등의 항목은 새로운 계약서에서 삭제가 됐지만 날이 갈수록 증폭됐던 의혹과 논란은 미해결 상태로 묻히고 말았다. 지난 16일 정 감독이 재계약을 한 뒤 기자들에게 했던 발언 내용은 생각할수록 황당하다. 정 감독은 왜 속 시원히 해명하지 못하는가. 고고한 예술가는 혼탁한 세속의 일에 한 발짝도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인가. 아니면 일각에서 제기했던 의문들이 타당한 지적이기 때문인가. 전자라면 지위를 망각한 무책임이요, 후자라면 재계약 합의를 뒤엎어야 할 만큼 중대한 위법 행위다. 정 감독은 골방에 틀어박힌 이름 없는 예술가가 아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다.'신문을 안 봐서 잘 모른다' '관심 없다'등 마치 남의 일 얘기하듯 말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정 감독과 달리 시민들은 오늘도 세상사가 궁금해 신문을 펼쳐 들고 정 감독이 관심 없다는 논란에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국장은 16일 정 감독과의 재계약 합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예술가의 보수를 금액까지 밝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술가도 자본주의 사회의 일원이니만큼 그렇다고 치자. 20억원이든 200억원이든 능력에 상응하는 합당한 연봉을 받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다만 그 돈의 쓰임새가 불분명하고 지급경로가 불투명한 데도 꼼꼼히 짚고 따지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예의가 아닌 것은 정 감독의 연봉을 꼬치꼬치 캐묻는 일만이 아니다. 의혹과 논란을 덮어둔 채 얼렁뚱땅 무마하는 것 또한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정 감독에 대한 예의만큼 시민에 대한 예의가 소중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서울시나 서울시향 모두 궁극적으로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이래저래 찝찝하고 개운하지 않은 재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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