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화해''지금 이 순간 그대로 행복하라''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등의 저술을 통해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져왔던 틱낫한 스님이 정념을 다스리는 법을 주제로 내놓은 첫 소설이다. 세계적 명상가이자 평화운동가인 스님은 소설의 틀을 빌려 한 여인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독자에게 내면수행을 권한다..
여자는 계를 받을 수 없었던 시절. '낀'이라는 베트남 여인이 남장을 하고 수도승이 된 후 온갖 오해와 비난에도 묵묵히 수행에 정진하다 남은 이들에게 빛을 남기고 떠나는 이야기가 큰 줄기다. 주인공의 법명은 낀땀(虔心). 여인에겐 세 번의 시련이 온다. 수도승이 되기 전 남편을 죽이려 했다는 오해, 수도승이 된 후 자신이 여자임을 모르고 연정을 품은 마을 처녀와 정분을 통했다는 오해, 그리고 그 처녀가 낳은 아기가 자신의 아이라는 오해다.
비난의 눈초리 속에 곤장을 맞은 날 낀땀은 억울함이 복받쳐 올랐지만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않고 수행에 정진한다. 틱낫한은 이렇게 적고 있다. "그들 각자는 여전히 무지와 욕망이라는 사나운 바다에서 파도에 휩쓸리고 때로는 가라앉기도 하며 삶의 배를 조종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낀땀은 이 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베트남에는 무한한 용서와 끝없는 인내심을 대표하는 이 여인의 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온다. 아이들이 시련에 부딪쳤을 때 강하게 인내할 수 있도록 가르치기 위해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한다. 여자로서의 인생을 버리고 불가에 들어가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는 행자로서 평생을 살아간 '낀'은 자신에게 잘못한 이들을 이해하고, 용서했으며, 사랑했다.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낀'이 수행을 통해 모든 것을 정관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잘못을 내 마음속에서 비워내는 것, 즉 잊어버리는 것 혹은 잊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이해이고 용서이자 참된 사랑이라고 틱낫한은 이 소설을 통해 전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비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요컨대 희생자가 된다면, 그래서 감정과 몸과 인식이 혼란에 빠진다면, 하고 있던 일에 더욱 더 매달려 상황을 바꿔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럴 때는 그저 그대의 암자로 돌아가야 한다. 그 암자는 언제나 마음속에 있다." 저자는 "그대의 진정한 집은 어느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고 말한다.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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