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기 회복세 덕에 취임 이후 순항가도를 달려온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 1년 만에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취임 초반 70%를 뚫고 올라갔던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취임 1년 만에 40%대로 곤두박질쳤다.
금융완화·재정지출·성장전략에 더해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까지 일명 아베노믹스의 '네 개의 화살'이 올 한해 아베 정권의 순항을 이끌어왔다면 내년 소비세율 인상과 원전 재가동 문제, 특정비밀보호법 강행 등 세 가지 역풍은 2년째를 맞은 정권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넷판은 16일 아베 정권이 여러 역풍에 직면하면서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가 지목한 아베 정권의 국내 역풍은 최근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특정비밀보호법과 내년 4월에 현행 5%에서 8%로 인상되는 소비세율, 마지막으로 원전 가동 재개 결정이다. 신문에 따르면 여당의 지지를 받은 이노세 나오키 도쿄도지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만일 도지사선거가 다시 치러진다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자민당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정권 출범 이후 시종일관 동북아에서의 고립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 정권시절 틀어진 한국·중국과의 관계는 아베 정권의 극우성향과 맞물려 날로 경색돼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양국과의 정상회담은 단 한번도 성사되지 못했다.
녹록지 않은 취임 2년째는 최근 급격하게 추락한 아베 정권 지지율이 그대로 반영한다. 교도통신 조사에 따르면 5월까지만 해도 70%대였던 지지율이 최근 조사에서는 47.6%까지 곤두박질쳤다. 직접적 원인은 국민의 알 권리를 가로막는 특정비밀보호법 강행 처리지만 이면에는 높은 지지기반을 등에 업은 아베 총리의 극우 색깔에 대한 우려와 아베노믹스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데 대한 실망감 등이 담겨 있다고 풀이될 수 있다.
사토 도시키 도쿄대 사회학 교수는 최근 아사히신문과의 대담에서 "지금까지 아베노믹스 덕에 일본이 밝은 봄날을 맞았지만 머지않은 앞날에 다가울 겨울에 대한 불안을 씻을 수 없다"며 "재정건전성, 원전문제 등 난제에 더해 비밀보호법 표결과정에서 드러난 강경한 자세는 다른 형태의 불안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일본대의 이와이 도모아키 교수도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본 대중 사이에는 군사강경화와 헌법개정 등 아베 총리의 보수노선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아베의 정치색에 대한 우려를 무마시킨 것은 경제회복 기대감이다. 그러나 내년 4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경기가 급락하면 아베 정권의 지지기반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게다가 아베 정권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원전을 재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쳐 또 한번의 독불장군식 정책 강행이 여론의 커다란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