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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기업 "가자 이란으로"

금융·무역제재 풀리자 美·佛 등 발빠르게 진출 타진

서방국들과 이란 간의 협상타결에 따른 경제적 '해빙' 가능성을 본 유럽 등 서방 기업들이 발 빠르게 이란 진출을 타진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 보도했다.

프랑스는 지난 2월 100여개 기업 대표로 구성된 사절단을 보낸 데 이어 개별기업 단위에서 이란 진출 타진이 활발하다. WSJ에 따르면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지난달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직원 대상 트레이닝 세미나를 열었고 역시 프랑스 이동통신사인 오랑주는 3월 중순 이란 통신사에 대한 컨설팅 수행차 임원 몇 명을 테헤란에 보냈다. 미쉐린타이어도 투자기회를 엿보기 위해 테헤란에 직원을 파견하기도 했다. 서방의 대이란 제재 당시 이란에서 사실상 철수했던 미국 유전개발업체 슐름베르거도 테헤란에 새로 사무실을 냈다.

WSJ는 이처럼 서방 기업들이 꾸준히 이란에서 투자기회를 살피는 데 대해 "서방과 이란 간의 경제적 화해가 큰 기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란은 지난해 11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과의 핵 협상에서 합의안을 이끌어냈고 이 덕분에 2010년 이래 행해져온 서방 국가들로부터의 금융·무역제재가 1월부터 풀렸다. 비록 수혜업종이 항공기 및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등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란 주변의 정치적 분위기 변화를 감지한 유럽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재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들을 끌어당기는 이란의 매력은 역시 원유 매장량 세계 3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 등 경제적 잠재력에 있다.



하지만 이란의 경제사정이 장기간의 경제제재로 피폐해져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대이란 투자는 여전히 부적절하다고 평가된다. 이란 경제는 30%가 넘는 인플레이션과 물·의약품·연료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통화인 리얄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올 들어서만도 0.9%나 하락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란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은 당장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제재완화 조치도 오는 7월까지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중단될 수 있다. WSJ는 "(이란에 투자하려는) 서방 기업들은 외줄타기를 하는 격"이라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이 같은 불안요소에도 모처럼 찾아온 서방 자본의 투자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태세다. 만수르 모아자미 이란 원유차관은 유럽 기업들의 투자가 성급하다는 서방 정부의 지적에 대해 "뒤늦게 이란에 찾아오는 기업에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영원히 기다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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