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둘 수만 있다면 빨리 두는 편이 유리하다. 초읽기라는 지옥 같은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조치훈 같은 기사는 초읽기에 몰리면 더 잘 둔다는 말을 듣지만 그건 극히 특수한 경우이고 대개 초읽기에 몰리면 어이없는 실수를 곧잘 저지른다. 흑69가 초읽기에 몰려서 둔 완착이었다. 백이 70으로 받자 흑69는 악수로 변해버렸다. 이 방면을 굳이 두려면 참고도1의 흑1로 두는 것이 정수였다. 백은 2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3으로 한번 더 활용하고 손을 빼는 것이 정상적인 돌의 흐름이었다. 백2로 A에 받으면 흑이 B에 즉시 끊어 백이 견딜 수 없다. 흑71 이하 73은 쌍방 최선의 응접이다. 흑71로 참고도2의 흑1에 끊어 백대마 전체를 공격하는 수는 성립되지 않는다. 백이 12로 몰았을 때 흑의 응수가 막혀버리는 것이다. 8의 자리에 곱게 이으면 상변의 흑 4점이 떨어지고 상변쪽을 받으면 백이 8의 자리에 따내는 것이 또 상변에 대하여 선수가 되므로 백은 사통오달이 되는 것이다. “오늘 여러 가지를 보여주네요.”(서봉수 9단) 백74로 붙인 수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배붙임이라고 불리는 이 맥점. 시의 적절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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