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집권 첫 해인 지난 2008년 방중해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ㆍ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2차 핵실험,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등 양국간 마찰 과정에서 중국은 외교ㆍ안보, 특히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있어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선언과 무색한 대한(對韓) 정책을 취했다. 한국으로서도 중국이 과연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전략적 관계’는 경제는 물론 외교, 안보 등 다방면에서 상호 신뢰의 기반 하에 장기적으로 공동의 시각과 이익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상생 발전하자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92년 수교 이후 연간 교역규모가 2,00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한 한국과의 경제유대를 통해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초석을 다지는 밑거름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이 저임금에 기반한 수출주도형 경제에서 내수확대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경제성장 모델 전환을 꾀하는 과정에서 선진국 문턱에 먼저 진입한 한국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경제적 파트너이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북한 핵을 둘러싼 한반도의 지정학적 문제나 해결 방법에 있어서는 한국정부가 중국측의 전략적 접근과 사고를 이해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가 최우선이고 그 다음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 교환 방식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비핵 개방 3000’을 내세우며 북한의 핵포기와 남북 교류 단절을 통한 대북 압박 정책을 취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시각이 다르다. 이 같은 양국의 근본적 시각차는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한국이 즉각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핵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가입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한국은 핵물질을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정선시켜 수색ㆍ검사할 수 있는 PSI에 전면 가입했다. 중국과 맞닿아 있는 서해상에서 한미가 외국 선박을 정선시켜 검사하겠다는 뜻으로 한반도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조치로 중국정부는 받아들였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학 교수는 “한국 정부는 당시 중국과 사전에 어떤 통보나 협의 없이 전면 PSI에 가입했는데 이 때문에 중국이 한반도 안보 문제에 있어 한국을 바라보는 전략적 신뢰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반도 안정과 비핵화라는 목표 아래 남한과 북한을 공정하게 대하는데도 불구하고 남한은 중국이 마치 북한을 무조건 감싸고 도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70년대 미국과의 수교에 이어 92년 한국과도 전격적인 수교에 나서면서 북중 관계는 변화했다. 예전 김일성 주석과 마오쩌둥 주석 간에 피로 맺어진 끈끈한 관계는 아니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핵개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시하고 있지만 북한은 핵실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있다. 그래서 지난 2010년 말 북한의 느닷없는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동아시아 안보 패권 경쟁 구도에서 북한의 안정을 통한 한반도 평화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있다. 어찌됐든 중국은 대북 경제적 지원을 통해 현실적으로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강대국이다. 식량난 해결과 권력기반 강화 등 심각한 내부 문제를 안고 있는 김정은 체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고 이에 따라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공산이 크다. 한국의 대북정책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인 한반도 안정을 위협한다는 중국측의 인식을 바꾸도록 하는 진지한 노력을 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베이징=이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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