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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못잖은 영화기술 개발 조력자

[문화영토를 넓혀라] 2부. 킬러콘텐츠 우리가 키운다

<6> 영화진흥위원회 기술사업부

인체 스캔을 통한 디지털 공정으로 제작된 전신관절 더미의 모습. 기존 더미의 어색함이 대폭 개선돼 언뜻 보면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영화 ''명량''에서 민초어선과 왜적이 싸우는 해상 전투씬은 실사 장면을 촬영한 후 사후 시각특수효과를 덧입히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사진제공=영화진흥위원회

영화 '명량' 해전 장면 찍은 다중카메라 객체 추적기술

고휘도 LED 조명장치 등 현장 아이디어 현실화 지원

후반 특수작업까지 영역 넓혀 "제2 '웨타 스튜디오' 만들자"

SFX 과제당 최대 2억 투입… 아시아 시장서 경쟁력 확보

#영상 매체용 특수미술·분장 전문기업 '메이지(MAGE)'는 고난도 액션이나 신체훼손 등과 같이 배우가 직접 하기 힘든 연기를 대신하기 위해 만드는 인체모형(Dummy·더미)을 좀 더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없을까를 줄곧 고민해왔다. 기존 더미 제작은 전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져 제작기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 작업자 개인에 따라 품질의 수준이 천차만별인 등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인체 스캔 데이터를 활용하는 디지털 제조 공정을 갖출 수 있다면 기존 작업의 데이터가 축적돼 제작기간·비용이 줄고 품질 또한 고루 향상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내부적으로 나왔지만, 연구개발에 드는 비용이 적지 않았다. 메이지가 그때 만난 것이 영화진흥위원회의 '현장 영화기술 발굴지원' 사업. 이 회사는 2014년 영진위의 지원을 받아 공정 시스템을 완성했고 타 업체와 비교해 좀 더 정교하고 실제 같은 더미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실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메이지는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일본 좀비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I am a Hero·2016년 개봉 예정)' 촬영에 사용된 60구의 더미를 제작, 2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블록버스터급 한국영화의 제작이 활발해지며 컴퓨터그래픽(CG)으로 대표되는 각종 영상장비·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영화 산업을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영화진흥위원회(김세훈 위원장)가 국산 영화기술 개발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당연한 일. 영진위 기술사업부는 우리 영화기술의 개발과 해외 진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영화기술, 국산화를 넘어 세계화까지=영진위의 '현장 영화기술 발굴지원 사업'은 영화제작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상용화 기술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화 및 영상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영화 스태프와 서비스업체들의 다양한 장비 개발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연간 총 예산이 2억3,000만원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 사업이 이룬 성과는 적지 않다. 한국 영화·드라마의 영상품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장비·기술의 개발이 적지 않게 이뤄진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1,700만명 관객몰이에 성공, 흥행신화를 썼던 '명량'의 해전 장면 중 민초 어선과 판옥선이 충돌해 파편이 사방으로 튀는 장면은 ㈜매크로그래프가 개발한 '다중 카메라를 활용한 장면 내 객체 추적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다. 다중 카메라로 실제 영상을 촬영하는 동시에 장면 정보를 추출, 사후 시각특수효과(VFX) 작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이 기술은 미국 할리우드 못지않은 품질을 구현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디엠라이트의 저전력·고휘도 LED 조명장치도 영진위의 지원을 통해 개발됐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상속자들'의 눈부신 영상이 이 조명장치를 통해 만들어졌다.

◇할리우드 못지않은 영상 기대해 볼만해=올해부터 영진위의 영상·영화기술 지원 사업은 현장 기술을 넘어 후반 특수효과 장면 구현을 지원하는 데까지 확대됐다. 최근 10여 년간 한국영화 역시 할리우드 영화 같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지만 한 장면 구현에만 10억원 가까운 제작비가 드는 등의 비용 문제로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영진위는 국내 영화 제작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SFX 장면의 개발을 과제당 최대 2억원까지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시행중이다.

영진위의 사업은 '아바타', '호빗' 등의 CG·VFX 작업 등을 도우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뉴질랜드의 웨타(WETA)스튜디오를 모델로 하고 있다. 이번 지원을 통해 SFX 관련 신기술을 축적, 아시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영화'에 특화된 해외 기술전시회에 참가하는 국내영화 기술개발 업체를 지원하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의 행보다.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은 "한국의 우수한 영화 기술력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은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우리 영화기술의 개발과 보급, 국산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지원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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