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2조유로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행정구역을 현행 110개에서 43개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긴축안의 하나로 전국 행정구역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해 방만한 관료주의를 수술하는 한편 과도한 공무원 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통폐합 대상은 인구 3만5,000명 미만과 면적 2,500㎢ 이하 행정구역들로 필리포 파트로니 그리피 이탈리아 행정부 장관에 따르면 늦어도 연말까지 행정구역 재편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통폐합이 과거 1,000여년 동안이나 전쟁을 벌였던 이탈리아 지방정부를 한 행정구역으로 묶어 지역 내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1861년 피에몬테가 통일국왕이 됐음을 선포하기 전까지 지역 간 유혈전쟁을 벌여왔다. 통일된 지 150여년밖에 되지 않아 지역 간 언어와 건축ㆍ음식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지역감정도 격하다.
특히 이번 통폐합에서는 토스카나주의 리보르노와 피사를 같은 행정구역으로 묶게 돼 논란이 예상된다. 리보르노에 '집안의 송장이 문간의 피사 사람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두 지역 간 적대감정은 첨예하다. 이외에 100여년간 유혈분쟁을 벌여온 토스카나주의 시에나와 아레초도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몬티 총리가 이 같은 개혁을 밀어붙일 경우 대대적인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통폐합으로 사라질 운명인 이탈리아 동북부 도시 포르데노네의 한 관계자는 "결코 우디에에 지배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몬티 총리는 그동안 지방정부들에 도시계획과 교통ㆍ경찰ㆍ소방 등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맡긴 것이 예산낭비 요소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수차례 받아왔고 나라 전체가 긴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사안이 심각한 만큼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20일에도 "개혁을 계속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수적"고 밝혀 강경한 정책개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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