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동차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꺼려졌던 디젤 승용차를 비롯해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해치백ㆍ왜건ㆍ쿠페 등의 모델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난 후 국산차 업계의 변화까지 주도하는 형국이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현대자동차와 한국GM에서 출시한 디젤 승용 모델의 판매 비중이 지난 4월 말 현재 최저 25%에서 최고 54%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일 차종에서 10%에도 못 미치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 액센트는 지난해 1~4월 판매된 6,301대 중에 디젤 모델이 139대로 2.2%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월까지 디젤 엔진 차량이 2,990대 팔려 전체(1만373대)의 28.8%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i30(CW 포함) 역시 전체 판매량(1,327대)의 8.2%(109대)만이 디젤이었다.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져 i30 고객 6,018명 중 2,831명이 디젤을 선택했다.
지난해 하반기 새롭게 출시된 i40는 올 들어 절반이 넘는 54%가 가솔린이 아닌 디젤 엔진으로 팔렸다.
국내 소비자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아닌 세단 모델에도 디젤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수입차에서 디젤이 대세로 자리잡으며 관심이 높아져서다. 동급의 가솔린 차량에 비해 초기 구입비용은 비싸지만 연료 효율이 좋은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국산차 고객들까지 디젤차량 구입에 가세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는 디젤 세단의 라인업 확대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아차는 신형이 출시되면서 단종된 프라이드의 디젤 모델 출시를 고려하고 있고 한국GM도 수요에 따라 차급별로 디젤 엔진 차량을 언제든 판매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전통적인 세단형 모델 위주의 구매 패턴도 수입차가 바꿔놓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해치백이다. 트렁크 문이 뒷유리와 붙은 5도어 형태로 폭스바겐의 골프가 국내 시장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점차 판매 비중이 늘고 있다. 국내 해치백 모델로 대표적인 기아차 프라이드는 지난해 연간 23.3%였던 5도어 판매가 올 들어 5월까지 41.5%로 급증했다.
해치백보다 더 보기 힘들어 국내에서는 '무덤'으로까지 불렸던 왜건 모델도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현대차 i40 고객의 52.4%는 세단이 아닌 왜건 버전을 선택했다.
수입차를 따라 국산차의 쿠페 버전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쿠페 스타일 벨로스터에 이어 하반기에는 아반떼 2도어 쿠페도 내놓는다. 현재 포르테의 쿠페 버전인 쿱을 판매 중인 기아차는 후속인 K3도 쿠페 모델을 양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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