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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1월29일] '종 호'의 살처분


[오늘의 경제소사/11월29일] '종 호'의 살처분 권홍우 편집위원 살(殺)처분. 도살을 뜻한다. 조류독감 감염이 의심되는 닭을 산 채로 매립하듯 생사람을 살처분한 적이 있다. 1781년 11월29일 대서양, 영국 노예선 종(Zong) 호. 선장 콜링우드가 ‘병든 노예를 끌어내라’고 명령했다. 흑인 54명이 쇠사슬에 손과 발목이 묶인 채 바다로 내던져졌다. 이유는 두 가지. 전염병과 돈 때문이다. 항해 도중 기착한 섬에서 노예를 더 잡아들여 적정 수용인원을 초과한 배에 전염병이 도졌다. 선원 7명과 흑인 60여명이 죽자 선장은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 산 사람을 바다에 빠뜨리기를 꺼리는 선원들에게는 ‘노예가 병사하면 우리 책임이지만 익사하면 보험사가 피해를 보상한다’며 다그쳤다. 30일에는 비교적 건강한 노예 79명을 더 내던졌다. 133명이 살처분된 셈이다. 5개월간의 항해 끝에 영국 리버플항에 돌아온 배의 소유주는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으나 증인이 나타났다. 쇠사슬이 아까워 족쇄를 풀고 던져진 노예 하나가 극적으로 살아 남아 만행을 고발한 것. 대법원장은 ‘짐승을 던진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선주를 두둔, 누구도 처벌 받지 않았지만 법원은 보험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배에 충분한 물이 있었다는 점이 판명됐기 때문이다. 1812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39명이 희생됐다. 잇따른 사건은 노예해방 논쟁을 낳았다. 영국 전체 수입의 30%가 노예매매에서 나오던 상황에서 노예해방론자들은 매국노 취급을 받았다. 노예제도는 1833년에서야 법적으로 없어졌다. 유럽과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잡은 노예는 약 1,200만~1,400만명. 여기서 400만명가량이 항해와 정착과정에서 죽어나갔다. 흑인은 화물이었을 뿐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서구 문명에는 압제와 잔혹사가 깔려 있다. 입력시간 : 2006/11/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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