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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볼모 잡힌 투신 매각협상

김민열 기자<경제부 >

“협상 상대가 한곳뿐이니 무리한 요구를 해도 그냥 참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의 매각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와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들은 요즘 답답하다. 겉으로는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며 태연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협상이 진척될수록 원매자인 동원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의 요구가 늘어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투증권ㆍ대투증권에 들어간 공적자금은 총 7조7,000억원. 정부는 두 회사에 남아 있는 부실을 때우기 위해 3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진척이 없다. 동원금융지주가 제안한 한투증권 매입가격(5,462억원)이 승인된 게 2개월이 넘었지만 본 계약을 못 맺고 있다. 협상 과정을 보면 흡사 대학 수험생들의 ‘눈치 작전’을 연상하게 한다. 회사 가치에 대한 냉엄한 평가는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원매자들은 하나같이 값을 깎으려고만 든다. 6일에는 과거 한투증권 경영진이 노조에 써준 감자 손실보장 각서와 인력ㆍ조직ㆍ연봉체계 개편을 어렵게 한 단체협약 내용까지 밝혀졌다. 설상가상이다. 매각 협상이 진전이 없자 정부는 “두 회사 모두 헐값에 매각하지 않겠다”며 “협상자들이 계속 가격을 깎자고 고집할 경우 협상을 원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도 부담은 부담이다. 하루라도 빨리 민간에 넘겨야 공적자금도 회수하고 금융구조조정도 진행할 수 있기에 그렇다. 협상의 틀을 무산시키기에는 부담이 많다. 진퇴양난의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여유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갖은 이유를 붙이는 동원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이 원망스럽겠지만 원매자로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원매자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할 수 없는 이상 밝힌 그대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여기에는 절대적인 전제가 붙는다. 공적자금을 마련해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라는 것이다. 진행과 결과를 제대로 알리고 양해를 얻는 게 부실투신을 정리하는 첩경이다. 무조건 빨리 팔아야 한다는 당위성과 시간의 속박에 사로 잡힌다면 또 하나의 헐값 매각 시비만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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