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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 협상→중단→재협상… 18일간의 파행 종지부

■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과정

대선행 티켓을 두고 한판승부를 벌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은 열흘간의 단일화 협상에서 한치의 양보 없이 사사건건 대립했다.

두 후보는 협상 시작 전까지만 해도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막상 협상 테이블에 앉자 오로지 유불리만 따지는 행태를 보였다. 단일화를 하더라도 시너지는커녕 마이너스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단일화 협상은 초기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협상 개시 하루 만인 지난 14일 안 후보 측이 돌연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양측은 첫 회의에서 '여론조사+α' 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안 후보 측이 "문 후보 캠프가 '안철수 양보론'을 흘리고 조직을 동원하고 있다"며 협상을 거부했다. '협상 중단'의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며 대치하던 양측은 중단 나흘 만인 18일, 두 후보의 2차 단독회동을 통해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친노'의 수장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사퇴한 게 발판이 됐다. 안 후보 측이 요구한 '민주당 인적쇄신'을 문 후보 측이 수용한 것이다. 2차 회동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룰 협상에 들어간 양측은 'TV토론' 실시에는 쉽게 합의했으나 단일화 방식에서는 팽팽히 맞섰다.

"단일화 방식 결정을 양보하겠다"는 문 후보의 '통 큰' 제안에 따라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공론조사'를 제의했으나 문 후보 측은 거부했다. '공론조사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조사대상 모집단이 한쪽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 후보 측 펀드투자자와 문 후보 측 민주당 대의원을 모집단으로 해 각각 3,000명씩의 표본을 추출한 뒤 TV토론 승자를 가리자는 게 안 후보 측의 제안이었으나 문 후보 측은 "민주당 대의원 가운데 안 후보 지지자도 있다. 안 후보가 전직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공론조사는 결국 단일화 방식에서 제외됐다. 양측은 TV토론 당일인 21일까지도 '적합도 조사(문 후보)'와 '박근혜와의 가상대결(안 후보)'을 두고 대립을 거듭했고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이 수정안으로 제시한 '지지도' 조사조차 거부했다. 결국 단일화 방식에 합의조차 못한 채 TV토론부터 실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두 후보는 다음날인 22일 3차 단독회동을 가졌으나 상대방의 양보만 요구하면서 협상은 또다시 결렬됐다. 양측의 무한대립을 보다 못한 소설가 황석영씨 등 문화예술인ㆍ종교인모임 재야 인사들은 '적합도'와 '가상대결'을 50%씩 반영하는 절충안을 제시했고 문 후보 측은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지지도+가상대결'을 역제안해 양측 협상은 마지막 고비를 맞았다.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역제안 기자회견에서 '최후통첩'이라는 군사용어까지 동원해 "단일화 파트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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