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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으면 저 불쌍한 것 누가 돌보나"
입력2009-07-31 20:48:57
수정
2009.07.31 20:48:57
장애 아들 농약 먹여 죽인 父에 법원 항소심서 감형
사업 실패로 자살을 결심한 뒤 ‘남은 가족이 돌보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중증 장애 아들에게 농약을 먹여 죽인 아버지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통상 일반 살인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징역 8~11년이지만, 법원은 ‘어리석었던 부정(父情)’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기택)는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20대 아들에게 농약을 먹여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최모(53)씨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 2월 초 사업이 부도나 우울증에 시달리던 중 자살을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세상을 떠나려 하니 발달장애 2급에 간질증세가 있는 아들이 마음에 걸렸다. 최씨는 자신이 죽은 뒤 아들이 남겨진 가족들에게 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아들을 먼저 죽이기로 한 그는 자고 있던 아들을 깨워 농약을 음료수라고 속여 마시게 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아들은 그 자리에서 약물중독으로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천륜을 저버린 극한적인 행위로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피고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범행의 동기 등 정황을 고려한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들을 성실하게 보살피던 중 사업부도와 우울증 등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참작한다”며 “피고인이 남은 인생을 죄책감과 회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1심의 형은 너무 무겁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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