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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끄는 보시라이 재판 왜

부패척결 의지 선전 '의도적' 정치부담 덜기 명분 효과도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시 당 서기의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 보시라이 측이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을 전면 부인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보시라이 재판이 길어지는 것이 시진핑 지도부가 부패척결 의지를 선전하는 동시에 보시라이 처리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명분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은 전일에 이어 이날도 오전8시30분(현지시간)부터 재판을 속개했다. 검찰 측은 보시라이의 부인인 구카이라이가 영국인 사업가를 독살한 사건의 진상을 보고 받고도 이를 은폐하려고 재조사 필요성을 촉구하는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을 독단적으로 해임하는 등 직권남용을 저질렀다며 유죄 입증에 주력했다.

그러나 보시라이는 아내가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고 판단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린 일련의 '잘못'이 살인 사건을 은폐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닌 '실수'로 법적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전일에 이어 보시라이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법정에 나와 보시라이의 직권남용에 대해 증언했다. 보시라이는 왕리쥔의 해임에 대해 "본인이 20년간 공안에 근무하며 몸이 나빠져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 해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보시라이의 직권남용 혐의는 뇌물 수수, 공금 횡령 등 부패 혐의와 달리 당 중앙의 권위에 도전하는 정치적인 행위로 해석돼 이번 재판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다.

아직 재판이 기초적인 혐의 사실 입증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변호인들의 변론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변호인들은 일단 중앙기율위원회에 제출한 보시라이의 자백서가 무효라는 주장을 시작으로 반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보시라이 측 변호사인 천여우시는 "보시라이가 사법기관이 아닌 당감찰기구 조사에서 혐의사실을 인정한 자백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초 22~23일 이틀간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재판이 주말을 지나 4일째 이어지며 중화권 매체들은 또 다른 부패척결을 위한 틀을 만들기 위한 시간 끌기인 동시에 보시라이가 태자당과 당원로가 납득하고 중국 국민이 납득하는 적절한 형량을 받을 수 있도록 '변명'의 명분을 쌓아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지도부에 보시라이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골치다. 보시라이의 부패 혐의 액수가 지나치게 클 경우 당 이미지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다 공산당내 3대 계파 중 하나인 태자당을 자극할 수도 있다. 또 시진핑 집권 1기 정책노선을 결정할 중국공산당 제18차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부패척결에 대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홍콩 밍바오는 "보시라이 재판이 끝나면 더 큰 호랑이가 걸려들 수 있을 것"이라며 "옥중 사망설이 돌았던 쉬밍 다롄스더그룹 회장의 등장은 저유융캉 전 중앙정법위 서기 등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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