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연휴 특수도 완전히 실종됐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경기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부둣가를 끼고 있는 연안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대 6일간의 연휴 기간에도 나들이 인파가 예년보다 급감해 횟집은 물론, 연안여객선과 관광버스 업계 등도 줄줄이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연중 큰 대목이었던 5월 특수는 옛말이 됐다.
8일 인천지역 요식업계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여객선 이용객들이 급감하자 횟집이나 식당 등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0~8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 점심과 저녁시간대에 발 디딜틈 조차 없었던 중구 항동 연안부두 유명 횟집들은 매출이 평균 80% 가까이 급감했고, 송도 등의 유명 횟집들도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인천 남구 관교동 S횟집의 경우 하루 점심 시간대에 10여개팀의 손님이 몰렸으나 최근 들어서는 한 팀을 받기도 어려워 매출이 평시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평소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지 못할 정도로 손님들이 많기로 유명한 N식당의 주인 최모(60)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하루 예약팀이 평상시 20~30개팀에서 5개팀 정도로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황금연휴 기간에 특수를 기대했던 음식점들은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매출이 늘지 않아 울상이다. 전통적으로 5월은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 등이 겹쳐 외식인구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이같은 들뜬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천에 사는 강모(54)씨는 "연휴기간에 노모 생신이어서 가족들끼리 외식을 할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주위 분위기를 고려해 집에서 식사만 하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단골손님이 많기로 소문난 중구 D불고기는 평상시 보다 매출이 70% 이상 감소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청해진해운 관련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공무원들도 몸을 사리면서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관광 명소인 경기도 화성시 대부도와 영흥도 횟집 사정도 비슷하다. 영흥도의 대표 횟집인 M횟집을 운영하는 이모(65) 사장은 "매출감소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어 더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봄철 단체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타격을 받기는 경남 통영·하동·남해·사천·거제 등 전국 해안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삼천포 바닷가에서 7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7) 씨는 "매년 이맘때쯤 유람선을 타고 한려수도를 관광하기 위해 오는 외지인들이 급증했다"며 "연휴기간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관광객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고 아쉬워 했다.
연안여객선 업계도 매출에 비상이 걸렸다. 백령도의 경우 매년 4~5월 주말이면 하루 평균 200~300명이 찾았지만, 현재는 50여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말 평균 1,000여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은 옹진군 덕적도는 주말 관광객이 30~50명 미만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삼천포항에도 관광객이 하루 3,000명에서 1,500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유람선 관계자는 "봄철 상춘객들을 상대로 1년 장사를 해 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더 줄고 있어 큰일"이라고 망연자실했다.
관광버스업계도 마찬가지다. 광주광역시에서 관광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김모(47) 사장은 "초·중·고교의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이 모두 중단되면서 당장 하루 매출손실이 2,000만원에 이른다"며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힘들어하는 상황이라서 드러내놓고 경영난을 하소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 운영하는 R관광은 대형 관광버스 48대로 광주·전남에서는 내로라하는 버스 회사로 꼽힌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3주째 버스 대부분은 운행을 멈춘 채 차고지에 머물러 있다. 일감이 없다 보니 지입차 기사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지입차 소유주인 최모씨는 "매월 차량 할부금으로 180만∼22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달에는 할부금 납부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며 ""4월 중순 이후 수입이 거의 전문한 상황이라 월말에는 집에 가져갈 월급이나 벌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담배를 연신 피워 댔다. @sed.co.kr.전국종합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