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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재단을 방문해 '국민대통합' 행보에 나서려 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유족과 쌍용자동차 노조의 반대로 저지당했다.
박 후보는 28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전태일재단을 찾았지만 유족과 쌍용차 노조, 시민단체 등 60여명이 출입을 가로막아 도착한 지 5분여 만에 발길을 돌렸다. 박 후보 측은 전태일재단과 사전에 합의했지만 유족 측이 막판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첫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을 시작으로 연이어 통합과 소통ㆍ쇄신 행보를 보인 박 후보로서는 첫 제동이 걸린 셈이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씨는 "쌍용차 노동자 22명의 죽음을 기리는 대한문 분향소부터 방문하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 꼬집었으며 또 다른 동생인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1번인 전순옥 의원도 성명을 통해 "재단 방문보다 현재의 노동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박 후보는 재단 측에 양해를 구한 뒤 근처 청계천6가에 있는 동상이 있는 '전태일 다리'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시민단체와 노조원들의 항의로 도착한 지 4분여 만에 자리를 떠야 했다. 시민단체 소속 사람들은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왔나" "고(故) 이소선 여사는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외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박 후보는 전태일동상 앞에 헌화하려 했지만 한 쌍용차 노조원이 바닥에 누우며 저지했다. 항의시위를 하던 한 남성은 박 후보가 김준용 국민노동조합총연맹 자문위원에게 건넨 국화꽃을 반대편 인도로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현장에서 이번 방문을 주선한 김 자문위원이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드실 거죠'라고 물은 데 대해 "네. 꼭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오늘 못 뵌 분들한테도 얘기해달라.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화해, 협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는 "오늘 못 뵌 분들에게도 뜻을 전해주시고 유족에게도 전해달라"며 "앞으로도 연락하면서 노력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상일 당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끈 산업화 세력과 자유와 평등을 실현한 민주화 세력이 서로를 이해하고 손을 잡아야만 진정한 국민대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박 후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아무리 방해를 하고 장막을 친다 해도 국민을 통합하겠다는 박 후보의 행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화 진영과 박 후보의 불화를 한 번의 만남으로 해소할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면서 "반대가 있어도 여러 번 가서 사과하고 소통하려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방문 무산으로 5∙16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 대한 역사인식과 함께 노동현안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느냐가 대선가도의 또 다른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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