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기업사냥꾼'으로 '상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칼 아이칸이 항암제 어비툭스로 잘 알려진 세계적 생명공학업체 임클론시스템스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는 지분 확보와 이사회 장악을 통해 경영권을 탈취하는 전형적인 아이칸식(式) 기업사냥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임클론은 이날 아이칸을 새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임클론은 또 올해초부터 임시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조셉 피셔가 물러나고 아이칸의 측근인 알렉스 데너 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사회 산하 집행위원회가 CEO 권한을 행사한다고 덧붙였다. 아이칸이 임클론에 눈독을 들인 것은 1년전부터로 꾸준히 주식을 매수해 왔다. 현재 14% 지분으로 다국적 제약회사로 어비툭스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에 이은 2대 주주다. 아이칸은 올 초부터 자신의 측근인사를 임클론 이사회에 입성시키며 공격을 시작했다. 반대파 이사들을 몰아내기 위해 위임장 대결도 마다하지 않았다. 임클론도 아이칸의 압력에 맞서왔지만 결국 이달초 데이비드 키스 회장이 사임하는 등 이날까지 이사 11명 중 피셔 CEO를 포함해 8명이 퇴진하는 데 동의했다. 나머지 3명도 잔여임기만 채우고 물러날 예정이다. 아이칸이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아이칸은 이날 "이사회 퇴진을 위한 위임장 대결을 거둬들인다"며 "최고경영자 자리에는 제약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사를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알렉스 데너 이사는 "오늘부터 임클론의 새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이칸은 그동안 기존 경영진들이 대표 상품인 어비툭스의 효능을 개선시킬 노력은 소홀히 하면서 판매제휴사인 브리스톨과의 관계만 악화시켰다고 비난해 왔다. 아이칸의 경영권 장악소식으로 임클론은 이날 뉴욕증시에서 31달러에 마감, 4.9%나 올랐다. 하지만 아이칸의 임클론 장악에 대해 회의적인 분석도 있다. 경쟁사인 암젠이 어비툭스와 동일한 효력에, 값은 더 싼 '벡티빅스'를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어 실적전망이 순탄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의 KT&G에도 손을 뻗었던 아이칸은 올해 타임워너의 지분을 사들이며 분할을 요구했지만 장악에 실패했다. 지난해 비디오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의 이사회를 장악했지만 주가는 계속 하락하는 등 최근의 사냥이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코웬앤컴퍼니의 에릭 슈미트 애널리스트는 "아이칸 뿐만 아니라 누구도 단기간에 임클론의 전망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불행히도 그는 침몰하는 배의 선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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