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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또 조세회피용 빅딜

M&A 후 본사 해외이전 잇달아

"투자감소·세수결손으로 부담 커"

정치권 금지 법안 등 규제 나서


미국 기업들이 유럽 업체 인수합병(M&A)을 통해 본사를 해외로 옮긴 뒤 세금을 줄이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기업의 해외 탈출로 국부도 유출되는 셈이어서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이나 법인세율 인하 논쟁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세계 최대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트로닉이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경쟁기업 코비디엔을 450억~500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 방안은 이르면 16일 발표될 예정이지만 막판에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메드트로닉은 코비디엔를 인수한 뒤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할 계획이다. 미국 법인세율이 35%에 달하는 반면 아일랜드는 12.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메드트로닉은 140억달러에 이르는 보유현금을 대부분 해외에 쌓아두고 연구개발(R&D) 등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았지만 지난해 실효세율이 18.4%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메드트로닉은 심장혈관·정형외과용 등의 의료장비를 만드는 회사이고 코비디엔은 외과용 봉합 기기, 혈액 공급 펌프 등 외과용 기기 생산업체라 두 회사가 합병해도 상대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낮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조세회피 목적으로 M&A를 추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처럼 해외 기업을 합병한 뒤 자국의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본사를 옮기는 '세금 도치(tax inversion)'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 기업이 해외로 본사를 옮긴 사례는 12건에 이른다. 특히 세금회피용 본사 이전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의료업종에서 활발하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오바마케어' 실시로 미 정부의 가격인하 압력까지 거세졌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최대 제약사인 미 화이자가 연간 10억달러의 법인세를 아끼기 위해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를 인수한 뒤 본사를 옮기려다 실패한 게 단적인 사례다.



이 같은 절세전략은 앞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 최대 잡화·약국 체인업체인 월그린스도 일부 주주들로부터 2012년 인수한 스위스 소재의 영국 제약회사인 알리앙스부츠를 활용해 본사를 유럽으로 옮기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미 기업들의 편법적인 조세회피가 투자감소·세수결손 등으로 이어져 경제에 부담을 줄 정도에 이르자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 의회의 몇몇 의원들은 지난달 앞으로 2년간 세금도치를 위한 M&A를 잠정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인 법인세율부터 내리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마르 아이시락 메드트로닉 최고경영자(CEO)는 "사업영역 다각화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M&A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이익을 높은 세금을 내지 않고도 본국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세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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