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다른 소비자들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 결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소송들도 대부분 기존 약관의 유무효 여부, 소비자 선택권 여부 등을 쟁점으로 다투고 있다.
재판부는 우선 근저당 설정비 부담에 대한 은행의 약관이 유효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약관에 의해 인지세 및 근저당 설정비용을 고객에게 무조건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선택권을 줘 (소비자와 은행 사이의) 교섭을 가능하게 했다"며 약관을 개별약정이라고 판단했다. 소비자는 재판에서 '사실상 은행 측이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선택권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8월 대법원이 '기존 약관은 공정하지 않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개정 처분을 적법하다고 본 데 대해서는 "개정 표준약관의 사용권장 처분이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이라며 "대법원 판단에 의해 자동으로 약관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평성의 문제'도 지적됐다. 소송에서 설정비를 부담한 소비자가 이겨 설정비를 돌려받을 경우 그렇지 않은 소비자와의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소비자가 설정비를 부담하면 대가로 낮은 대출금리나 중도상환 수수료율 혜택을 받았다"면서 "반환청구권을 인정할 경우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게 돼 혜택을 못 본 소비자와 차별이 생긴다"고 봤다.
관심이 컸던 이번 판결의 결과가 은행 측의 완승으로 끝남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개의 다른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2월까지 6,700여명을 대신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법무법인 태산의 이양구 변호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집단소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소송에 추가로 참여하는 소비자가 줄어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법원이 은행 편을 들어준 것"이라며 "항소 검토를 포함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4만명의 소비자에 대한 최대 규모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소비자원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