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이촌로 의협회관에서 '전국 전공의 대표자대회'를 열어 의협의 10일 집단휴진에 동참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은 당초 신분상의 제약 때문에 10일 집단휴진에는 동참하지 않을 방침이었으나 정부가 잇단 강경 대응 방침을 내놓자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전공의 비대위는 결의문을 통해 "원격진료ㆍ의료영리화 정책 반대, 건강보험제도개혁 및 의료제도 정상화 등 의협의 요구를 지지한다"며 "전공의들의 투쟁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절박함이고 잘못된 보건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70여개 병원에서 수련 중인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약 1만7,000여명에 달한다. 전공의들은 대학병원 교수들의 외래 진료에 앞서 환자들을 사전 진료하거나 입원한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일을 맡고 있다. 또 외과의 경우 수술장에서 집도 의사를 돕는다. 이들이 하루 일을 쉬더라도 다른 의사와 간호사들이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만큼 큰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환자 진료시간이 길어지는 등 다소 불편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24~29일 엿새간 전공의가 일손을 놓으면 인력부족으로 병원 업무에 공백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대표들의 다짐처럼 휴진에 선뜻 참여하기는 어렵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장 파업에 참가한 전공의들에게 징계 등의 불이익이 내려질 수도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휴가를 내려면 휴가일 전에 미리 휴가원을 내야 하나 월요일 파업 전날이 휴무일이기 때문에 휴가를 내고 파업에 참가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며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하나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어느 정도의 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공의 70~80%가 휴진 참여 결의를 했다"면서도 "전공의가 휴진 참여를 못하도록 병원이 논문을 통과시켜주지 않겠다는 등의 수단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수련병원의 병원장, 수련부장, 각 과 교수 등에 (전공의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집단 휴진의 주축이 돼야 할 개원의들은 투표에서는 파업에 찬성을 던졌지만 정작 실제 참여도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자치구를 통해 자체 파악한 병ㆍ의원 참여율은 8일 오후 기준 9.09%에 머무르고 있다. 치과병원과 요양병원을 제외한 서울시내 의료기관(병ㆍ의원) 7,827곳 가운데 711개 정도만 참여의사를 밝힌 것이다. 자치구별로는 구로구가 38.1%로 가장 높았지만 서울에서 가장 많은 1,400여개 병ㆍ의원이 몰려 있는 강남구의 참여율은 3.85%에 불과했다. 용산구는 0%, 영등포구는 1.15% 였다.
광주시는 의료기관의 2.2%에 불과한 21곳이 휴진 참여 의사를 내비쳤고 부산지역은 2,250개 의료기관 중 30%가량 휴진에 동참할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지역 참여율은 27%로 조사됐다.
의사들의 휴진 참여율이 실제로도 낮게 나타날 경우 2차 집단휴진(24~29일)의 동력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책현안 점검회의를 열어 집단 휴진에 대한 대응방안과 비상진료대책을 점검했다.
휴진 당일 전국의 보건소와 건강보험공단 지사 직원 등은 관내 휴진 의료기관을 조사하고 불법 휴진시 업무개시명령서를 해당 의료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다. 명령 위반자는 업무정지 15일 행정처분과 형사고발 조치를 할 계획이다. 또 불법 집단휴진이 장기화할 경우 △응급의료기관 24시간 비상진료체계 유지 △병원급 의료기관 평일 진료시간 확대 및 주말·공휴일 진료 △공공의료기관(공공병원·보건소 등)의 야간진료 △군(軍) 의료기관 지역주민 개방 등 추가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