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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의 ‘고분양가 관행’이 심판대에 올랐다. 공정거래위는 최근 울산에서 지난 3월 분양된 대우 ‘푸르지오’와 일신건설 ‘님(林)’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담합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고분양가에 대한 세무조사ㆍ검찰수사 등 건설사에 대한 고강도 압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에 속속 진출하면서 관행처럼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왔는데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분양가, 담합 여부 관심=울산 경실련은 중구 남외동에서 건설 중인 대우 ‘푸르지오’와 일신건설 ‘님’이 올해 3월 동시 분양하면서 32평형을 기준으로 평당분양가를 727만원과 715만원으로 비슷하게 책정, 담합 의혹이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신건설은 창원 지역업체로 대우건설에 비해 인지도가 훨씬 낮은데도 높게 분양가를 책정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게 울산 경실련의 판단이다. 분양가 폭리도 관심거리다. 대우와 일신의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분양가보다 200만~300만원 이상 높은 것이어서 분양가를 고의로 부풀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울산 경실련은 밝히고 있다. 2003년 10월에는 33평형을 평당 514만원인 1억6,990만원에 분양했지만 올 3월에는 34평형 분양가를 평당 727만원인 2억4,790만원에 책정했다. 이는 임금ㆍ자재비 등의 각종 상승요인을 제외해도 30% 이상 높아진 것으로 수백억원의 폭리를 취했다는 게 울산 경실련의 주장이다. 울산 경실련 김창선 국장은 “대형 건설업체들이 규제를 피해 지방에 진출하면서 분양가를 천정부지로 올리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지방 부동산 시장이 교란되고 투기도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 담합ㆍ고분양가 아니다=해당 건설업체는 분양가 담합 여부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비슷한 위치에 같은 시기에 공급하면 분양가가 비슷해지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담합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중구 남외동은 울산의 중심지역으로 선호도가 높고 아파트 시세도 높게 형성돼 있다”며 “주변지역보다 높은 땅값을 반영하면 분양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우건설은 대형업체이고 일신건설은 지방 중소업체로 브랜드 인지도에서 차이가 큰데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과연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신건설 분양팀의 한 관계자는 “분양일자가 같은 날로 잡힌 것은 중구청이 학교용지 부담금을 고려, 시기를 조절했기 때문”이라며 “분양가도 대우보다 낮은데 담합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울산 분양업체, 촉각 곤두세워=울산 지역은 전국에서 최근 분양가가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곳이다. 주택정보업체에 따르면 울산 1ㆍ4분기 분양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5%나 올랐다. ‘고분양가’에 대한 세무조사설 등 압박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울산 북구청은 최근 현대산업개발이 달천동에 ‘아이파크’ 34~80평형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 551만~754만원으로 신고하자 세무서에 분양자료를 통보한 바 있다. 울산 지역에서는 올해 8,000여가구의 아파트가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대우 매곡 푸르지오 1,137가구, 달천 현산 아이파크 2차 938가구, 야음동 롯데캐슬 2,241가구, 한투신 코아루 2차 270가구 등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해당 건설사들은 분양가 담합과 세무조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분양가 산정과 분양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담합조사를 받게 된 대우건설은 매곡동 푸르지오 분양가 책정에 난감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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