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되는 탄소배출권거래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탄소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과 세부 운영지침을 공개했다. 정부는 업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까지 세부 방안을 확정하고 하반기에는 업체별로 배출권을 할당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계는 이행비용 부담으로 인한 경쟁력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또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중국·미국·일본보다 먼저 나설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권거래제는 단지 기후변화를 막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에너지와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청정에너지원을 개발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전문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 배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영업이익의 41%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2조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7%는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투자에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중 25% 이상은 기후변화 위험 때문에 투자 전략을 수정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누구보다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오염물질에 대한 배출규제 부담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보다 긴 호흡으로 미래의 저탄소 사회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수용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도 규제 강화보다 제도 운영의 불확실성 제거에 집중해야 한다. 초기에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유럽처럼 배출권 가격이 널뛰어서는 곤란하다. 탄소 감축을 위한 청정 투자를 유도하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가격 시그널이 주어져야 한다. 따라서 투자의사 결정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정부의 시장 운영이 중요하다. 중국 속담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벽을 쌓는 사람도 있고 풍차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 있다. 정부와 기업은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을 풍차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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